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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빌딩숲에 지친 사람들 몰려오자… 한옥 땅값이 빌딩 땅값으로

입력 | 2013-01-14 03:00:00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年500만명 시대




#1.
거리의 눈이 채 녹지 않은 9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 조선 태조 이성계의 영정(影幀)이 봉안돼 있는 것으로 유명한 ‘경기전’ 돌담을 따라 쭉 걸어가니 어느새 옹기종기 모인 한옥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인데도 ‘비빔밥 전문’, ‘떡갈비 맛집’ 등 한옥 레스토랑엔 외국인 관광객 대여섯 명을 포함해 스무 명 남짓한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쪽에선 한옥의 신·개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옥마을을 걷는 20여 분 동안 눈에 띈 공사 현장만 무려 9곳. 낡은 한옥은 전통이 깃든 커피숍, 게스트하우스, 식당으로 변신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2. 4개월 전 문을 연 전주 한옥마을 골목 안의 게스트하우스 ‘제인당’은 별 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말 예약은 적어도 한 달 전에 해야 하고, 평일에도 60% 이상 방이 찬다. 제인당 관계자는 “하루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쉬어가고픈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주로 찾고, 주말에만 문의전화가 20∼30통 걸려 온다”라고 말했다.

2, 3년 전만 해도 고즈넉했던 전주 한옥마을이 요즘 변신하고 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줄지어 들어서고 서울 못지않게 세련된 음식점과 카페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옥마을 덕분에 전주는 올해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한옥 집값도 껑충 뛰었다. 전통의 ‘멋’과 ‘맛’으로 도시인을 사로잡는 ‘힐링(치유) 타운’ 전주의 현주소다.

○ 한옥마을 부동산 가격도 껑충

2006년 전주 한옥마을을 우연히 찾은 뒤 한옥의 매력에 빠져 가족과 함께 서울생활을 접고 내려온 게스트하우스 ‘첼로네’의 최종광 대표. 아이들 교육 때문에 망설이는 아내를 설득해 2009년 한옥을 사들일 때만 해도 한옥마을의 인기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도 한옥이 오름세라 팔지 않으려는 주인을 한참 설득한 끝에 2억 원을 들여 현재의 집을 마련했지요. 3.3m²당 240만 원 정도를 줬던 셈입니다.”

처음엔 가족이 사는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최 대표 집을 들여다보려는 관광객이 늘었다. 한옥 생활이 궁금했던 모양. 관광객 증가로 숙박시설이 부족해지자 이웃 중에서는 손님에게 방을 세놓는 소위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하는 집이 늘었다. 최 대표도 1년 반 전부터 본격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

반응은 기대보다 뜨거웠다. “골목 안쪽인데도 관광객이 꾸준히 찾아오더라고요. 의외로 한 번 묵었던 이들이 여러 차례 다시 찾기도 하고요.”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493만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루평균 1만3500명이 방문한 셈이다. 올해는 ‘50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008년만 해도 130만 명에 불과했으니 5년 만에 4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

덩달아 한옥 가격도 껑충 뛰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한옥마을 안 이면도로 인근 토지는 3.3m²당 1000만 원을 넘는다. 5년 전만 해도 100만∼150만 원에 불과했다. 지금도 투자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기에 상승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금공인중개사 관계자는 “3년 전 400만 원이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턱도 없다”며 “경기전 인근 골목은 1500만 원까지도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요는 많은데 한옥 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웬만하게 뜻이 있는 사람들은 다 팔고 떠나서 이젠 나오는 물건이 없다”라며 “가끔 한옥을 사려는 손님 때문에 안 판다는 집주인들에게도 문의한다”고 덧붙였다.

○ ‘전통’의 맛과 멋의 힘이 통했다

한옥마을이 이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도시생활의 각박함에서 벗어나 쉬고 싶어 하는 도시민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요즘은 ‘힐링’이 대세라지 않는가. 전주 특유의 먹을거리와 한옥체험관, 교동아트센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데다 오후 5시면 고요해지는 분위기가 도시인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꾸며진’ 마을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왔고, 살고 있는 생활한옥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국 고유의 멋에 이끌린 외국인 관광객들도 빼놓을 수 없다. 제인당 측은 “첫 손님이 칠레 출신 외국인이었는데 한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호기심을 보였다”라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아침이면 정갈하게 이불을 개놓고 가서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파리바게뜨’처럼 전통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프랜차이즈 업체와 낮은 한옥건물 사이에서 ‘튀는’ 2층 건물이 등장했다. 경기전에서 만난 양종두 통역사는 “한옥마을이 예전의 특색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전주=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손준하 인턴기자 경희대 법학과 4학년

▶ [채널A 영상] ‘한옥의 새로운 부활’ 싸게 짓는 방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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