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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대 신흥시장, 부산 해운대를 잡아라”

입력 | 2013-01-14 03:00:00

■ 금융회사들 ‘마린시티’에 PB센터 30곳 개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마린시티’ 내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현대아이파크의 전경. 마린시티에는 은행과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 30여 곳이 몰려들어 해운대 부자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마린시티’ 반경 2km 안에는 은행 및 증권사 지점이 30여 곳이나 몰려 있다. 마린시티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현대아이파크와 두산위브더제니스 등 1만4000채가 들어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한은행 PB센터인 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PWM) 김경윤 해운대센터장은 “이곳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느라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금융회사들이 부자 고객을 잡기 위한 ‘PB 혈전(血戰)’을 벌이고 있다.

○ 본사까지 나서서 지원사격

마린시티 안에서 벌어지는 PB 혈전의 최대 격전지는 현대아이파크 상가동이다. 이곳에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PB센터가 있다. 우리투자증권, SK증권, 현대증권, KB국민은행도 PB 영업을 중심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길 건너편에 있는 제니스스퀘어에는 부산은행과 유진투자증권, BS투자증권의 PB센터가 몰려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파라다이스호텔 1층에 삼성증권 PB센터가 입주하는 등 ‘제3의 그룹’이 포진해 있다. PB센터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는 빌딩을 피해 바다가 보이는 고급호텔을 택해 차별화 전략을 펼친 곳들이다.

각 금융회사의 프라이빗뱅커들은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류각준 하나은행 마린시티지점장은 “아파트 주민들의 골프 모임이나 계모임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고 말했다. 당장 상품 판매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영업 기반을 다져놓기 위해서다.

PB센터 간 경쟁이 가열되자 본사까지 지원사격에 나섰다. 부산지역 고객들 중 해운대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고액 자산가들에게 마린시티 지점으로 거래를 옮겨줄 것을 권유한다. 고객들이 입소문으로 연결되는 PB 영업 특성상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부산이 전통적으로 증권사보다는 은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증권사 PB센터들은 부산에서 성과가 좋은 은행 출신 PB팀장들을 영입해 고객을 빼오기도 한다.

이상근 삼성증권 SNI 부산지점장은 “고객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유치한 고객에게 손실을 입혀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깬다”고 말했다.

○ 해운대 금융자산 2015년엔 10조 원 돌파

최근 저금리 현상으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줄면서 금융기관은 자산관리 시장을 가장 유력한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으로 PB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가능 높은 곳 중 하나가 해운대이다.

금융권은 해운대 부자들의 금융자산 규모가 현재 7조 원에서 2015년 1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한다. 해운대로 몰려드는 부자들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의사 및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직, 은퇴한 사업가 등으로 서울 못지않은 큰손들이 많다.

한 프라이빗뱅커는 “한 사업가는 전망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양가 18억 원인 마린시티 내 아파트를 2채 사서 번갈아가면서 지낸다”고 귀띔했다. 한 70대 자산가는 100억 원을 들고 와 모두 주식에 직접 투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마린시티 내 입주율이 현재 80%”이며 “서울의 강남 PB센터는 시장이 포화된 것에 비해 해운대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부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