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 작년 말 내포신도시 이전 여파 ‘위기의 구도심’
썰렁한 식당가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지 2주가량 지난 11일 낮 점심시간. 옛 도청 앞 식당가 골목이 인적이 끊긴 채 한가한 모습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대전시, 사람 모이는 곳으로
대전시는 옛 도청사 활용과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마련했다. 단기 대책으로 시청과 직속기관, 사업소, 산하기관별로 매월 날짜를 정해 주변 음식점 및 상가 이용하기에 나섰다. 또 주변 맛집, 멋집, 추억의 장소 등 음식·문화지도 3000부를 제작해 대전상공회의소와 대학 및 세종시, 대덕연구단지 출연연구기관에도 배포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토요콘서트 녹색나눔터 음악회 전시·박람회와 시 본청에서 열렸던 각종 세미나, 포럼 등도 옛 도 청사에서 열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동 대전시 정책기획관은 “도청 터를 활용한 문화예술창작복합단지 등이 조성될 경우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음식점, “몇 개월 버티기 힘들어”
대전시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변 음식점 주인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당장 몇 개월 동안 적자가 계속되면 임차료와 인건비 지출을 견디기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사정이 나은 업소는 도청 이전과 함께 식당 이전을 준비 중이지만 대부분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더욱이 충남경찰청마저 10월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 주변은 급속하게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지개한정식’ 이윤희 사장(66·여)은 “자주 보이던 얼굴(공무원)이 하루아침에 안 보이니 공황 상태”라며 “불과 며칠 만에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콩나물비빔밥으로 유명한 도청 뒤편 ‘탑집’과 김치찌개의 명소 ‘학선식당’ 등도 과거 북적이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충남경찰청 건너편 ‘고려회관’ 홍순예 사장(60·여)은 “25년 동안 가족 밥상을 준비하듯 음식을 해왔다”며 “어머니 손맛을 꿈꾸는 새로운 손님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시청 공무원들이 일부러 지하철을 타고 찾아 줘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