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정년 앞두고 ‘한국 현대소설사 1,2’ 펴내
올봄 정년을 앞두고 10년간의 연구 성과를 3권의 책으로 펴낸 조남현 서울대 국문과 교수를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을 쑥스러워해 연신 손사래를 치는 그의 모습 한편에서 평생 한길만을 걸어온 학자의 중후함이 느껴졌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연습’을 많이 했는데, 연구실에 가면 예전에 갖지 못했던 감정들이 솟아올라 오네요. ‘이제 나가야 하는구나’ 싶죠.”
정년이 다가오자 조 교수는 한 가지 ‘숙제’를 떠올렸단다. 1994년 ‘소설과사상’에 연재를 시작해 2000년 종료했던 ‘한국 현대소설사’를 책으로 묶지 못한 것.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출간 작업에 들어간 그는 10여 년 전 원고를 다시 읽으니 한숨부터 나왔다고 했다.
조 교수는 논의의 장을 대폭 확장키로 했다. ‘1급 작가’뿐만 아니라 기존에 많은 조명을 받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정리하기 시작한 것. 소설가 김훈의 아버지인 김광주를 비롯해 박완서 한말숙의 숙명여고 은사였던 박노갑, 농촌소설을 주로 썼던 최인준을 비롯해 백신애 석인해 이무영 함대훈 현경준을 재조명했다. 그는 개화기부터 광복 전까지 소설가 154명의 작품 5000여 편을 담은 ‘한국 현대소설사 1, 2’(문학과지성사)를 최근 펴냈다.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거의 새로 쓰다시피 했다”며 7년 동안의 재집필 노고를 떠올린 그는 “시원한 것은 말도 못한다. 쾌감까지 느껴진다”며 웃었다. “다만 작업을 좀더 일찍 시작해, 광복 이후 소설사도 정년 전에 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소설사를 정리하며 당대 인기 있었던 작품이나 작가를 다루기보다는 소설사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만 골랐다고 했다. 학자로서 객관적 평가에 치중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 ‘2013년 소설사에 담을 만한 작가를 꼽아 달라’고 질문을 하자 그는 머뭇거렸다. ‘정초에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김애란은 어떤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물론 김애란 씨 소설은 1급이죠.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을 소설사에 담을 수는 없지요. 시원치 않은 것은 당연히 빼야죠.”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