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도권/메트로 像像]아차산은 알고 있다, 사랑의 바보

입력 | 2013-01-14 03:00:00

고구려 평강 공주의 남자 온달… 신라와 싸우다 아차산서 전사
꿈쩍 않던 관 아내 오자 흔들




서울 광진구 아차산생태공원에 자리 잡은 온달과 평강 공주의 동상. 광진구 제공

“우리 애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얼마나 좋은데….”

엄마들의 굳은 믿음의 원조는 ‘바보 온달’이 아닐까. 바보로 놀림받던 온달은 평강 공주에게 학문과 무예를 배운 뒤 사냥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1등을 하고, 북주(北周)의 침공을 물리쳐 일약 고구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온 나라의 화제였을 온달과 평강 공주의 사랑은 서울 광진구 일원인 아차산에서 막을 내렸다. 온달 장군은 신라에 빼앗긴 한강 이북을 탈환하기 위해 590년(영양왕 1년) 출정했다가 아차산성(사적 234호)에서 전사했다. 병사들이 장군의 관을 옮기려 하자 꿈쩍도 하지 않다가, 평강 공주가 위로의 말을 건네자 비로소 움직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지금도 아차산에 가면 온달과 평강 공주를 만나 볼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내려 등산로를 따라 아차산생태공원에 오르면 두 사람의 동상이 눈에 띈다. 출정을 앞두고 칼을 치켜든 결연한 표정의 온달 장군을 평강 공주가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 연인들이 동상과 같은 포즈를 취하며 사랑을 약속하는 명소가 됐다. 조각가 김창희 씨의 작품으로, 2002년 워커힐호텔에서 제작해 광진구에 기증했다.

광진구 중곡동 팔각정길(뻥튀기골)에는 평강 공주의 동상도 있다. 광진구는 2010년 빗물저류조의 빗물을 활용해 ‘평강폭포’와 연못을 만들고 동상을 세웠다. 얼굴 모델은 피겨 요정 김연아. 비루한 남편을 장군으로 키워낸 평강 공주와, 척박한 환경을 딛고 세계 최고로 우뚝 선 김연아가 묘하게 어울린다.

이 외에도 아차산에는 온달과 평강 공주의 전설이 서린 장소가 많다. 온달 장군이 물을 마셨다는 온달샘, 온달 장군 주먹바위,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고 있는 평강 공주 바위 등이 눈길을 끈다. 2007년 낙타고개에서는 뿌리가 서로 붙어 있는 ‘연리근’이라는 나무가 발견돼 두 사람이 나무로 환생한 게 아니냐는 말이 회자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2010년 태풍 곤파스 때 비바람에 쓰러져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아차산에 오르면 온달과 평강 공주 외에도 곳곳에서 고구려 유적을 만나 볼 수 있다. 광나루역에서 출발해 고구려정∼해맞이광장∼아차산보루∼아차산성∼아차산생태공원∼광나루터∼한강자전거공원 등을 돌아보는 7.8km 코스. 3시간 40분 걸리며 길이 험하지 않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