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현은 방수현의 대를 잇는 한국배드민턴 여자단식의 기대주다. 13일 서울 방이동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3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프리미어’ 여자단식 결승에서 승리한 성지현이 라켓을 들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韓 셔틀콕 여자단식의 밝은 미래
우승과 인연 없던 유망주의 정상 등극
방수현 이후 끊긴 셔틀콕여왕 탄생 예고
배드민턴 가족…“부모님 피는 못속여”
# 2012년 5월. 런던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2배드민턴세계남녀단체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성지현(22·한체대)은 한국대표팀의 1단식 주자로 나섰다. 상대는 당시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였던 왕이한(중국). 성지현은 1세트를 21-14로 이기고 2세트에서도 20-16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갑자기 흔들리며 2세트를 내줬고, 3세트까지 무너지며 패했다. 첫 단식 주자가 역전패를 당하자, 대표팀은 이어진 복식과 단식마저 내리 잃어 준우승에 그쳤다.
런던올림픽이후 세계 최고의 셔틀콕 선수들이 다시 모인 ‘2013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프리미어’ 여자단식 결승전이 펼쳐진 13일 서울 방이동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세계랭킹 7위 성지현은 세계랭킹 5위 왕스셴(중국)에게 세트스코어 2-0(21-12 22-20)의 승리를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관중석에서 열심히 응원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런던에서 중국의 ‘고의패배’ 전략에 휘말려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아버지에게 우승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안긴 것이다.
성지현의 이날 경기는 앞으로 더 큰 활약을 예고한 일전이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체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자신보다 세계랭킹에서 앞서는 강한 상대와 맞붙었지만 2세트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한 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성지현은 한국의 올림픽 효자종목 배드민턴이 오랫동안 큰 기대를 걸어온 단식 유망주다. 한국배드민턴은 복식에서 오랜 기간 세계정상의 실력을 과시하며 올림픽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단식에서도 선전했지만, 상대적으로 복식에 가려 있었다. 어쩌면 성지현은 태어날 때부터 셔틀콕, 그리고 단식 에이스의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성지현의 아버지 성한국 감독은 1986년 US오픈 정상에 올랐던 한국배드민턴의 남자단식 에이스였다. 어머니 김연자 한체대 교수는 같은 해 전통의 전영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최고의 스타였다. 코리아오픈 우승은 성지현이 세계 최정상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 성과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우승한 방수현 이후 대형 여자단식 선수가 탄생하지 않고 있는 한국배드민턴의 큰 수확이자 밝은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