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워져 나온 따끈따끈한 빵 한 덩이가 있습니다. 나와, 굶고 있는 아이 둘이 쳐다봅니다. 생각해 봅시다. 나 혼자 먹으면 배부르겠죠. 한 명의 아이와 나눠 먹으면 부족할 겁니다. 셋이 나누면 간에 기별도 안 가겠죠.
그래서 우리는 빵 앞에서 싸웁니다.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싸우는 대신 아이들부터 먹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빵 한 덩이는 빵 한 덩이 이상이 됩니다.
이번에는 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이 담긴 책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해 보죠. 함께 모여 이 책을 읽는다면 모두 배가 부를 겁니다. 빵 한 덩이를 나누는 결심보다 지식을 나누는 결심은 훨씬 쉽습니다. 그리고 훨씬 쉬운 일이 훨씬 큰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다 재판에 회부됐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검찰은 이 청년에게 지난해 수백만 달러의 벌금에 35년의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재판은 올해 4월로 예정돼 있었죠. 스워츠가 무슨 끔찍한 테러라도 저지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청년은 그저 대학의 학위 논문과 유명 저널의 논문을 모아 놓은 제이스토(Jstor)라는 웹서비스의 논문을 모두 내려받아 자신의 노트북에 보관한 것뿐입니다.
좀 많긴 했죠. 다운로드한 논문이 400만 건이 넘었으니까요. 제이스토가 유료서비스라 이 시스템의 허점을 뚫고 들어간 것도 문제였습니다. 스워츠는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고도 이 논문을 읽게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게 그의 신념이었죠.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그러자 스워츠는 곧바로 제이스토에 하드디스크를 반환했습니다. 제이스토도 곧 소송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래도 도둑질은 도둑질이고, 문서를 훔치는 건 달러를 훔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스워츠가 훔친 논문은 제이스토가 아니라 저자들의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도둑질은 논문을 읽는 게 아니라 표절하는 겁니다. 논문 저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논문이 더 많이 읽히고 더 많이 인용되길 바라죠. 실제로 스워츠가 자살한 직후 많은 교수와 연구자들이 논문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서 ‘pdftribute’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논문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스워츠의 행위가 제이스토처럼 세계의 대학과 연구기관을 위해 시스템을 만드는 비영리기구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행위를 무조건 두둔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겨우 이런 잘못에 35년 징역형이라뇨?
여전히, 정말 슬픈 순간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