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사회과학대학장
푸틴이 사활 건 亞太 강화계획
신동방정책의 기본 골격은 대선 기간이던 2012년 2월 ‘러시아와 변화하는 세계’라는 제목으로 러시아 일간지에 게재된 푸틴의 기고문과, 5월에 발표된 ‘대외정책 실행 조치에 관한 행정명령’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건들에서 러시아 연방정부는 중국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국가를 포함한 아태 지역 국가와의 경제 및 외교적 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최근 들어 러시아가 동아시아와 아태 지역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2012년 9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는 APEC 회의에서 식량안보 등 굵직한 의제를 주도함으로써 아태 지역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편 이 무렵 블라디보스토크를 동방의 수도로 격상시켜 아태 지역 국가와의 협력을 위한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됐다. 신동방정책은 러시아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러시아의 정책에 대해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벌써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제18대 대선 공약집에서 대러 협력 방안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우리도 대러 정책을 차분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우선 2010년부터 이슈가 돼 온 남-북-러 가스관 사업 및 한반도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사업, 농업 협력 등에 대해 러시아와 협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안보-외교 지렛대 삼아야
물론 이러한 프로젝트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역으로 남-북-러 3각 협력의 추진 노력이 남북한 관계의 개선과 한반도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예컨대 러시아의 광활한 농지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는 방식의 농업협력은 각 당사국의 이익은 물론이고 상호 신뢰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장덕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사회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