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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발자취를 찾아서… 7년간 3만3800km 걷기 도전

입력 | 2013-01-15 03:00:00

美저널리스트 폴 샐러펙
에티오피아서 칠레까지 36개국 이동경로 여행




약 6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지구 전체로 삶의 터전을 넓혀 가는 여정을 다시 밟아 보는 ‘에덴 탈출(Out of Eden)’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폴 샐러펙(52·사진)은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북미를 거쳐 남미의 끝까지 걸어서 가는 대장정을 올해 초에 시작했다고 BBC방송이 13일 전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기자로 아프리카 각국을 취재해 온 샐러펙은 36개국 약 3만3800km를 7년에 걸쳐 혼자 걷는다.

그가 출발점으로 삼은 곳은 중석기 시대 초기 인류가 살았던 에티오피아 북단의 헤르토부리. 고고인류학자들은 이곳에서 16만 년 전에 살았던 호모사피엔스의 화석을 발견했다.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현 인류의 조상들은 약 6만 년 전을 전후한 시기에 중동 지역으로 넘어가며 이동을 시작했다.

그는 매일 일정한 거리를 걷지는 않는다. 어떤 지역에서는 빠르게 걷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몇 주 동안 머물며 해당 지역을 취재해 글을 쓸 계획이다. 그는 중국을 통과하는 데만 1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 대륙에서 베링 해를 건너 북아메리카 알래스카로 넘어갈 때는 작은 보트를 이용할 계획이다.

그는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웹사이트(www.nationalgeographic.com/outofeden)에 올려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이번 그의 여행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경비를 지원하고, 미국 나이트 언론재단은 그가 여정을 올릴 웹사이트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그가 짊어지고 갈 배낭의 무게는 20kg 이내. 가벼운 노트북컴퓨터와 카메라 2대, 녹음기, 휴대전화, 위성전화 2대 등이 주요 휴대 품목이다. 그는 160km(100마일) 정도를 이동할 때마다 약 1분 분량의 동영상을 촬영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의 하늘과 지표면 사진도 찍는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혼자 끓여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캠핑 장비도 함께 가지고 나선다.

그의 마지막 도착지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에 있는 ‘티에라델푸에고’ 섬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류는 정착 생활을 하기 전까지 매년 평균 5200km를 걸었다. 이 거리는 미국 동부의 보스턴에서 서부의 포틀랜드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과거 남자는 하루 평균 9km, 여자는 6km를 걸었지만 현대의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4.5km를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다고 한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슬로 저널리즘’에 대한 주의도 환기할 계획이다. 오늘날 기자들은 색과 향이 빠진 패스트푸드와 같은 ‘패스트 저널리즘’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일종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간 진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오늘날의 인류가 탄생하는 과정을 짚어 보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