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기자 ‘금연 클리닉’ 체험
‘기자님! 담배 끊으세요!’ 서울 종로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하루 담배 한 갑을 피우는 기자가 숨을 내쉬며 일산화탄소를 측정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새해 목표는 ‘금연’. 종이에 크게 적자 옆에서 아내가 눈을 흘긴다. 어차피 내년에도 쓸 건데 액자로 만들어 두고두고 쓰지 그러냐는 핀잔이다. 출근길에 대문을 나서자마자 담배 한 대 빼어 무는 걸 보면 아내 말대로 올해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듯하다.
‘혼자 낑낑대지 말고 보건소를 찾아볼까….’
실제 담배를 얼마나 피우는지도 확인한다. 음주 측정을 하듯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입에 물고 5초 동안 세게 숨을 내쉰다. 수치는 21ppm. 20ppm 이상이면 ‘헤비스모커’란다. 비흡연자의 경우 0∼4ppm 정도 나온단다.
흡연에 대한 충격적인 경고가 이어졌다. 상담사는 실제 돼지 폐를 화학 처리해 정상인의 폐와 흡연자의 폐처럼 만든 것을 눈앞에서 꺼냈다. 선홍색의 정상 폐와 달리 흡연자의 폐는 짙은 회색으로 변해 있었고 여기저기 타르 찌꺼기가 묻어 있었다. 공기를 주입하니 정상 폐는 크게 부풀어 올랐지만 흡연자의 폐는 별로 부풀지 않았다.
금연상담사가 갑자기 시꺼멓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든 병 하나를 눈앞에 들이밀었다. “하루 한 갑씩 1년을 피울 경우 인체에 흡입되는 타르 양이에요. 타르는 점성이 강해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고 대부분 몸 안에 들러붙죠.” 액체의 양은 470cc. 담배를 17년 정도 피웠으니…. 헉, 어림잡아 1.5L 콜라 페트병 5개 정도의 양이 몸 안에 들어간 셈이다. 일부 배출됐다 해도 대부분 남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담배 맛이 뚝 떨어졌다.
기자의 경우 의지만으로는 어렵고 금연보조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라고 상담사는 말했다. 니코틴패치와 껌, 금연파이프 등을 무료로 받았다. 패치는 3단계에 걸쳐 점차 니코틴 함량을 낮춰가며 6주 동안 붙인다. 상담사는 “니코틴이 물에 녹아 소변을 통해 몸에서 빠져 나갈 때까지 3주 정도 걸린다”며 “이때까지가 금단현상이 가장 심한데 보통 이 3주를 버티지 못해 금연에 실패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구 보건소마다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의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주중에 보건소를 찾기 힘들면 매주 또는 격주로 열리는 토요금연클리닉을 이용하면 된다. 강북구 양천구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는 토요일에 청소년 금연클리닉도 운영한다. 관악구는 여성흡연자를 위한 클리닉을 운영하고, 종로구와 양천구는 흡연자를 찾아 직접 직장, 아파트 등을 방문한다.
보건소에 가기가 꺼려진다면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금연상담전화(1544-9030)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금연클리닉과는 별도로 운영되므로 두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해도 된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