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 승엽
이승엽은 올해 열리는 제3회 대회에 다시 나선다. WBC 출전은 7년 만이다. 이승엽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WBC에 좋은 기억이 많다. 올해도 WBC를 통해 재도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2009년 제2회 대회에는 요미우리의 요청으로 불참했다.
이승엽은 숫자 ‘8’과 인연이 깊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8년간 뛴 것도 그렇지만 역대 일본과의 대결에서 주로 8회에 ‘대형 사고’를 쳤다.
시작은 2000년 호주에서 열린 시드니 올림픽. 대회 내내 부진을 보이던 이승엽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0 동점이던 8회 말 마쓰자카 다이스케(전 보스턴)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한국은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회 WBC 아시아 예선에서는 1-2로 뒤진 8회 초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는 2-2로 팽팽하던 8회 말 일본 최고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주니치)를 상대로 승부의 균형을 깨는 결승 2점 홈런을 날렸다. 이승엽은 “나이로 봤을 때 내 야구 인생은 8회 초쯤 된 것 같다. 야구할 날이 얼마 안 남은 만큼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대타도 OK…다나카가 경계대상
일본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서 만날 게 유력한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경계해야 할 선수로는 라쿠텐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를 꼽았다. 이승엽은 “다루빗슈 유(텍사스) 등 해외파가 불참하지만 다나카의 구위는 다루빗슈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구와 제구력 등은 다나카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도 우리가 전력이 좋아서 일본에 이겼던 게 아니다. 몇몇 선수가 부상 등으로 이번 대회에 빠졌지만 일본에 진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고 말했다.
○ 류현진의 ML 성공 확신
이승엽은 올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진출한 ‘괴물투수’ 류현진(26)의 성공도 확신했다. 그는 “일본에서 뛰면서 좋은 투수를 많이 만났다. 하지만 류현진은 일본의 정상급 투수 못지않은 제구력을 갖췄으면서도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진다. 류현진은 일본에 데려다 놔도 ‘넘버 원’ 투수”라고 했다.
“현진이가 미국에 안 가고 남을까봐 내심 조마조마했다”는 이승엽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두말이 필요 없는 명품 구질이다. 오른손 타자들에게 던져 삼진을 빼앗는 공이지만 나 같은 왼손 타자에게도 곧잘 던지더라. 직구인 줄 알고 방망이가 나가면 눈앞에서 뚝 떨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깐깐 희수
류현진(LA)과 추신수(신시내티) 등 해외파가 빠진 이번 WBC 대표팀을 역대 최약체로 평가하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이대호는 “대표팀 중간 계투가 워낙 좋다. 특히 박희수가 잘 막아줄 걸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대호의 예상과 다르지 않다.
박희수는 지난해 단일 시즌 최다홀드 기록을 갈아 치웠다. SK 중간 계투로 65경기에 나서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방어율 1.32를 기록했다. 박희수의 주무기는 투심 패스트볼. ‘바키투심’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구위는 국내 최고다. 김태균은 “일본에서 상대한 스기우치나 와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타자들이 타이밍 맞추기가 참 어렵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지난 시즌 타율 0.363으로 타격왕에 올랐던 김태균은 박희수와 지난해 9번 만나 삼진을 5번이나 당했다. 안타는 단 한 개밖에 치지 못했다. 타격 3관왕을 차지했던 박병호(넥센)도 지난 시즌 5타수 무안타로 체면을 구겼다. 김태균은 “체인지업인 줄 알았는데 투심이라고 하더라. 일본의 좋은 투수들이 던지는 포크볼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박희수는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 나선 다른 투수들에 비해 상대가 알지 못한다는 장점이 있다.
박희수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재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