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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주연은 앤서니 김 아닌 김인규?

입력 | 2013-01-15 03:00:00

“김탁구, 국회-기업 만류 뿌리치고 완성”
金 前 KBS사장 제작비화 신문 연재… 일부선 “외압 막은 영웅 자처” 비판




“드라마 ‘펑크’ 나면 수억 원이 단번에 날아간다. 드라마 내용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한다면 명예훼손, 방송가처분 신청도 나올 수 있다. 현역 국회의원에게 ‘드라마 방영하면 큰일 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해냈다.”

SBS ‘드라마의 제왕’의 주인공 앤서니 김(김명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임기를 마친 김인규 전 KBS 사장(63)의 이야기다.

전직 지상파 방송사 사장이 드라마 제작 비화를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사장은 10일부터 한 신문에 제작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제목은 ‘김인규의 드라마 스캔들’. 첫 회에서는 2010년 방영된 ‘제빵왕 김탁구’의 제작 비화를 풀어놨다. 드라마 내용이 한 대기업 가족사 등과 얽혀 있어 국회의원과 해당 그룹으로부터 제작을 자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

방송 경영인, 그것도 공영방송 사장 출신이 비공개로 남겨진 드라마 제작 뒷이야기를 대놓고 털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임기가 끝나자마자 모두가 꺼릴 만한 비화를 공개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며 “자칫 방송사들이 뒤에서 권력과 야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드라마의 제왕’보다 훨씬 더 리얼한 드라마 비화라 흥미로웠다”며 “‘드라마의 제왕’이 앤서니 김이 아니라 김인규 전 사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진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김 전 사장이 공개한 내용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라는 것. 제작진이 노력해서 드라마가 성공했는데 마치 김 전 사장 자신이 ‘영웅처럼 외압을 막아내 드라마가 성공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 김 전 사장은 일각의 외압설 주장에 대해 “전화 한 통 한 게 무슨 외압이냐”며 “신문 칼럼으로 10편 정도 소개한 뒤 나머지 10편의 비화와 함께 책으로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칼럼에 대해 “‘성균관 스캔들’(조선 유생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제작 시에도 당시 성균관장이 KBS에 공문을 보내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 이야기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