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105개 지역공약 재원은 아예 빠져… 일각 “출구전략 필요”

입력 | 2013-01-15 03:00:00

■ 朴당선인 공약예산 과소추산 논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공약 이행을 위해 5년 동안 총 131조4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예산 절감 등을 통해 증세 없이 공약을 모두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재원 마련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공약 소요 금액을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추산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 재원 과소 추산 논란

국가 연구개발(R&D)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예산은 1조403억 원(새누리당)과 6조∼8조 원(국가과학기술위원회)으로 양측 계산이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65세 이상에게 월 20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 도입을 두고서도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금액은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치권과 정부의 계산이 다를 경우 정부에서 계산한 수치가 현실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보유한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정치권의 계산이 부정확한 이유 중 하나다.

박 당선인이 밝힌 공약 소요 금액에는 사병 복무기간 단축 등 선거 막판에 쏟아낸 공약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국방부는 사병 복무기간을 공약대로 3개월 줄일 경우 부사관 2만7000명을 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간 1조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약 10조 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포함해 총 105건에 달하는 지역공약도 소요 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공약 중에는 기간교통망 건설 등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이 많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및 통행료 폐지, 수서발(發) KTX 노선 연장, 남해안 철도 고속화 사업,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모두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금액을 산정할 때 인구구조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연금이 대표적이다. 올해 기초노령연금 운영 예산은 4조3120억 원이지만 공약대로 기초연금으로 전환하고 액수와 대상을 늘릴 경우 인구 고령화까지 감안하면 2017년에는 연간 운영 예산이 17조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 출구전략 고민 중

최근 새누리당과 인수위원회 내부에서는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많은 액수가 필요한 공약은 과감히 뒤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이 훼손되거나 예산이 없는데도 공약이므로 무조건 공약대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같은 부자에게 노령연금을 주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며 공약 수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인수위는 지역공약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면서 신중히 검토하고 주요 복지공약을 우선 실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만 엄격히 실시해도 지역공약 상당수는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걸러질 것이라는 게 인수위의 분석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 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고 막대한 후폭풍이 불었던 것을 감안하면 타당성 조사를 통해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해도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약 소요 금액에 대한 논란과 함께 조달 계획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증세 없이 예산 절감과 비과세 및 감면 정비만으로 공약 이행에 충분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것.

재원 조달 임무를 부여받은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세출 구조조정 및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조(兆) 단위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 수술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발표한 재원 조달 계획에 따르면 재정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재량지출의 9.4%인 14조 원을 매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재정사업 성과평가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정책을 동원해도 연간 5조 원 이상 지출을 깎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과세·감면 축소는 더 어렵다.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 및 서민을 대상으로 한 것들인 데다 이미 주어진 혜택을 사실상 ‘뺏는’ 셈이라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상훈·장원재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