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정권 인수인계 시기의 어수선한 틈을 타서 부작용이 심각해질 수 있는 정책들을 각 부처에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게 없는지 각 수석(비서관)실이 중심이 돼서 점검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청와대가 중심이 돼 (임기) 마지막 날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공직 사회가) 평상심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게 하자”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같은 언급은 정권교체기에 일부 부처가 자기 밥그릇을 키우거나 보신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각 부처는 조직 축소를 막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연구개발(R&D) 기능을 이관하게 된 지식경제부는 신성장산업 육성방안을 담은 맞춤형 보고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해양 기능을 떼어 주게 된 국토부는 전국적인 물류망을 관리할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워 지경부의 우정사업본부를 반대급부로 노리고 있다.
그동안 힘센 부서에 치여 숨죽이고 있던 부처들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업무보고에서 미래창조과학부를 겨냥해 ‘R&D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은 현재 차관급 외청에서 장관급 독립기구인 ‘중소기업위원회’나 ‘중소기업처’로 위상을 높여 명실상부하게 중소기업 정책을 관장하는 부처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국세청이 복지재원 마련 명분을 내세우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공유하려 하자 양 기관 사이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승헌·손영일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