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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군대 뮤지컬’ 뻔할 거란 편견 버려라

입력 | 2013-01-15 03:00:00

6·25전쟁 소재 뮤지컬 ‘더 프라미스’ ★★★☆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제작한 창작 뮤지컬 ‘더 프라미스’. 이특, 이현, 김무열, 지현우, 정태우, 배승길(왼쪽부터) 등 연예인 출신 현역 병사들이 주역을 맡았다. 랑 제공

6·25전쟁이라는 소재, 등장인물 대부분이 군인, 출연자도 군인. 하지만 이 ‘군대 뮤지컬’에 대한 선입견은 버려도 좋을 듯싶다. 국방부와 육군본부, 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 제작한 ‘더 프라미스’(서윤미 작·이지나 연출)는 반공(反共)이나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하지 않고 6·25전쟁 당시 젊은 군인들의 이야기를 부각시켰다.

희뿌연 어둠 속에 6개의 손전등 불빛이 어지러이 누군가를 찾으며 극은 시작한다. 1950년 6월 25일 인민군의 기습 공격으로 임진강변에 고립된 2소대 대원 7명이 몸을 숨기고 있다. 적에게 둘러싸인 긴장된 상황. 이들은 흔들림 없이 진격하는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젊은이다. ‘왜 아무 잘못 없는 내가 여기서 죽어야 하나. 억울해, 난’ ‘이 숨 막히는 공포 속에 내 두려움이 나를 죽여’ ‘울 엄마 불러준 자장가, 한 번만 들었으면’….

소대장 지훈(지현우)이 뾰족한 탈출 전략을 내놓지 못하자 부소대장 상진(김무열)은 반발한다. 이미 총상을 입은 전하사(박선우)의 희생으로 나머지는 탈출에 성공한다. 뿔뿔이 흩어졌다 낙동강 전선에 모인 대원들은 결국 전쟁터에서 산화한다.

이 뮤지컬에 힘을 주는 것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넘버(최종윤 작곡)들이다. 특히 1막 피날레를 꾸미는 ‘집으로 가고 싶어’에 깃든 애잔함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하지만 아무리 빼어난 넘버들이라 해도 파편적으로 흩어진 이야기를 꿰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전투 상황은 장황한 대사로 처리되고, 탈출한 뒤부터 낙동강 전선에 다시 집결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 식으로 펼쳐지는 각 대원의 사연은 다소 뻔한 데다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내지 못한다.

군무로 표현한 전투 장면(김소희 안무)은 인상적이다. 2막 마지막 부분,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선율 위에서 달리고 구르며 꺾어지고 피어나는 군무는 처연하고도 아름답다. 아무런 대사는 없지만 우리가 누리는 안온한 현재는 앞선 세대의 희생에 빚진 것임을 깨닫게 한다.

주역으로 활약한 연예인 출신 현역 병사들은 대부분 제몫을 했다. 베테랑 뮤지컬 배우인 김무열이 단연 빛났다. 악극단 스타였던 장달호 일병 역의 가수 윤학은 연기와 노래 모두 안정적이었다. 어수룩한 신병 동현 역할을 한 가수 이현은 폭발적인 성량으로 고음 부분을 도맡았으며, 여성스러운 캐릭터 ‘미스 김’으로 분한 이특은 ‘오열 전문’이었다. 지현우는 대사 전달 면에서 아쉬웠다.

객석 곳곳에서 일본어와 중국어가 들리는 공연 현장은 한류스타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뮤지컬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주최 측은 전체 관객의 40%가량이 일본과 중국, 대만 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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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4만4000∼7만7000원. 1666-8662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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