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준수율 7대도시중 꼴찌… 이인선 인천경찰청장 직접 나서보니
① 빨간 신호에도 쌩∼=청사 정문을 빠져 나온 이 청장은 좌회전 신호를 받아 예술로 2차로를 시속 40km로 달리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 앞 사거리 20m 전방에서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자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3차로에서 나란히 달리던 트럭은 노란 신호를 보고 오히려 속도를 높이더니 결국 빨간 신호에 교차로를 그대로 질주했다. 이 청장은 “저렇게 속도를 높인 신호위반 차량은 대형 사고를 낼 수 있어 아찔하다”고 말했다.
② 뒤엉킨 도로=백화점을 지나 터미널 주변에 들어서자 맞은편 도로 3차로에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불법 정차된 택시와 백화점과 터미널에 각각 들어가려는 차량, 시외버스가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이 청장은 옆에 탄 김한철 교통안전계장(44)에게 “백화점과 터미널 진입로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방안을 인천시와 협의하고, 교통경찰관을 고정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④ 꼬리물기=이어 교차로 주변에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 있는 부평구 십정 사거리로 향했다. 특히 석암고가도로 방향 경원로는 4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가 줄어 병목현상에 따른 고질적인 꼬리물기로 악명이 높다. 이 청장은 빨간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고가도로 쪽으로 앞차를 따라가다가 교차로 한복판에 멈춰버린 꼬리물기 차량들을 한동안 쳐다봤다. 경인고속도로 가좌나들목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들이 연방 경적을 울려댔고, 한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욕설을 퍼부었다.
▲ 동영상 = 꼬리 물던 버스의 최후
이 청장은 교통량에 따라 신호 주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앞 막힘 제어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교차로 건너편 30∼60m 지점 도로바닥에 차량 정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해 주행속도가 시속 5km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어 차량 진입을 차단한다. 이 청장은 “지난해 9월 서울 퇴계로4가와 영등포전화국 사거리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결과 한 달 동안 교차로 내 꼬리물기 발생 횟수가 설치 이전에 비해 각각 58, 71%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⑤ 도로에 버틴 채 시시비비 가리기=이 청장은 다시 가좌나들목으로 진입해 경인고속도로를 달려 서인천나들목 사거리에 도착했다. 이 교차로도 서울과 인천 방향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 차량들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꼬리물기와 끼어들기를 반복하는 ‘교통지옥’이다. 무인단속카메라 설치를 지시한 이 청장이 교차로를 지나 서곶로에 들어서니 1, 2차로에 추돌사고 차량 2대가 비상등을 켜놓은 채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교차로를 통과하면서 정체를 빚은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댔지만 두 운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통화를 계속했다. 김 계장은 “경미한 사고가 났을 때 교통경찰관이나 보험회사 직원들이 올 때까지 도로에 차량을 마냥 세워두는 행위도 전형적인 반칙운전”이라고 지적했다.
오후 5시경 운전을 마치고 경찰청사로 돌아온 이 청장은 교통업무 담당 경찰관 34명에게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정체현상을 빚는 주요 교차로 30곳에 대한 원인과 개선대책을 31일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우수 제안을 낸 경찰관은 포상하기로 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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