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 年10.5% 늘때 가계소득은 5.8% 증가 그쳐한은 2001~2011년 분석… 저축 줄고 내수위축 부작용
경제성장의 과실(果實)이 기업에 쏠리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가계저축률이 떨어지고 내수 경기가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61.6%로 16년 전인 1995년(70.6%)에 비해 9.0%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하락폭인 4.1%포인트(73.1%→69.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또 1991∼2011년 20년간 한국의 가계소득 증가율도 연평균 8.5%에 그쳐 같은 기간 기업소득 증가율(11.4%)을 밑돈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은 2000년대 들어 더 심해져 2001∼2011년 기업소득 증가율은 연 10.5%로 가계소득 증가율(5.8%)의 두 배 가까이 됐다.
김영태 한은 경제통계국 팀장은 “가계소득의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임금상승률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점과 가계 부문으로 분류되는 소규모 자영업이 침체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1∼2011년 기업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10.5%나 증가했지만 평균임금은 7.2% 오르는 데 그쳤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대비해 돈을 쌓아 두면서 투자 및 고용이 동반 부진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제조업 수준이 높아지면서 투자가 이뤄져도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전체 취업자 중 소규모 자영업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주요국에 비해 가계 부문의 소득 부진이 더욱 심화된 요인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가계에 충분히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중산층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가계의 소득 수준을 높이고 중산층을 복원하려면 기업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고(高)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해 경제성장의 과실이 가계에 적절히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유영·유재동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