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군은 13일 본토에서 라팔 전투기 4대까지 동원해 반군의 북부 거점 도시인 가오와 키달 외에 두엔차, 레레 등 5개 도시를 맹폭했으며 이는 11일 군사 개입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프랑스 언론이 보도했다.
공습으로 가오에서만 반군 60여 명이 사망했다고 말리 정부가 밝혔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말리 북부와 알제리의 이슬람 반군 기지들까지 공격 대상이며 공군에는 제한 없이 폭격을 가할 권한이 부여됐다”고 밝혔다. 이에 반군은 14일 수도 바마코에서 북쪽으로 400km 떨어진 남부의 정부군 아래 있던 디아발리에서 반격에 나서 도시를 점령했다. 또 가오를 통제해온 아프리카지하드운동(MUJAO)은 “프랑스의 심장을 공격할 것”이라며 “(말리에 납치된) 프랑스 인질 8명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개입도 신속해지고 있다. 이미 프랑스가 약 550명을 파병했으며 나이지리아(600명) 니제르(500명) 부르키나파소(500명) 토고(500명) 베냉(300명) 등의 군대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영국은 C-17 수송기 2대, 덴마크는 병참 지원을 확정했다. 미국은 며칠 내에 무인정찰기 드론과 공중정보탐지 장비들을 제한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며 국방부가 지원 장비 목록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그러나 WSJ는 미국이 극히 제한적인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 11년 동안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악몽 탓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말리 지원에 나서면 2011년 리비아 사태 이후 첫 군사적 개입이 된다. 프랑스의 요구로 소집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현지 시간) 열린다.
국제사회의 파병과 지원이 빨라지면서 다국적군과 반군 간의 일전이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다국적군은 9월에 배치 완료를 예상했고 프랑스는 앞당겨도 상반기 말리에 개입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상황이 급진전되고 있다.
약 2년 동안 6만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서방의 군사적 개입이 없는 시리아와 비교하면 말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속한 태도는 대조적이다. 이는 말리 반군의 상당수가 ‘이슬람 급진주의 테러단체’로 분류돼 국제사회에서 공적(公敵)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종파 대결이어서 개입할 경우 종파 분쟁에 휘말리는 것과는 다르다.
프랑스와 국제사회가 놀랄 만큼 빠르게 개입한 것은 서아프리카에 걸려 있는 에너지 이권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14일 보도했다.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전기업 아레바가 니제르에서 개발하는 우라늄으로, 그 규모가 프랑스전력공사(EDF) 산하 핵발전소들이 사용하는 전체 양의 3분의 1에 이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낮은 지지도와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분쟁에서 발을 빼온 그간의 태도를 바꿔 아프리카에서 모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