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회담 앞두고 공론화 시동
아베 총리는 13일 NHK방송에 출연해 “다음 달 미국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정권의 큰 방침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때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공식 방침은 ‘헌법 해석상 권리가 있지만 행사할 수 없다’였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환영하는 미국과 이 문제를 논의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14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년간 저성장을 해 왔고 자신감 상실로 일본의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라며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자위대를 주둔시키자’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당선된 불건전한 민족주의”라고 말했다.
밥 카 호주 외교장관은 1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근대사에서 가장 암울한 사건 중 하나다. 고노(河野) 담화 수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두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봉쇄할 생각은 없다”라고 밝혔다.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일본 정예부대인 육상자위대 제1공수부대가 이날 지바(千葉) 현 자위대 연습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낙도(落島) 방어 모의전투훈련을 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언론들은 “공수부대원들이 중국어 특히 중국 남부 사투리인 민난어(푸젠·福建 성 사투리)를 배우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훈련이다”라며 “일본이 군사·외교 측면에서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본인들은 아베 정권에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이 11∼13일 전국 1074명을 상대로 한 무작위 전화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68%로 나타났다. 아베 내각 출범 직후인 지난해 12월 26, 27일 조사 때 지지율(65%)보다 3%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아베 정권의 경기 부양 정책이 높은 지지를 얻어 낸 요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