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사무소 민원봉사과에 설치된 청년드림 세종캠프에서 청년 구직자였던 진유나 씨(왼쪽)가 남양유업 세종공장 배수일 인사팀장에게서 면접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뒤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세종=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첫 출근이었다. 생산라인의 구조를 설명하는 황인식 팀장의 설명에 그는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했다.
진 씨는 청년드림캠프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1호 취업자’다. 청년드림캠프는 동아일보와 대기업,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및 창업 멘토링 창구. 지난해 12월 14일 8번째로 세종시 조치원읍사무소에 문을 연 세종캠프에서 첫 취업자가 배출된 것이다. 이 캠프를 인재 채용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기업과 지역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지자체, 그 만남의 장을 마련한 동아일보의 소중한 합작품이다.
진 씨는 3일 청년드림 세종캠프에서 면접을 봤다. 남양유업 세종공장 배수일 인사팀장이 진 씨와 마주 앉았다. 팽팽한 긴장의 시간이 흐른 뒤 배 팀장은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말했다. “정말요?” 진 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진 씨는 7일 오전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첫 출근을 했다. 생산4팀으로 배치됐다. 그가 맡은 업무는 가공치즈 라인에서 유통기한과 봉지 훼손 여부를 확인한 뒤 치즈 봉지를 박스에 담는 일. 4년 전 입사한 박민지 씨(24)는 고참답게 진 씨에게 조언해줬다. “생산라인 일은 인내를 필요로 해. 그래도 재밌게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도울게.”
진 씨는 2011년 공주영상대 만화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게임회사에서 캐릭터 만드는 일을 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으로 1년이 안 돼 직장을 잃었다. 여러 곳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결과는 언제나 불합격. 그에게 청년드림 세종캠프는 ‘희망 공작소’였다. 그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 부모님께서 집에서 다닐 수 있는 직장에 취업했다며 무척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 ‘취업 창구’로 진화한 드림캠프
남양유업,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함께 세종캠프를 공동 운영하는 세종시도 캠프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세종시 이한유 일자리정책담당은 “멘토링 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구직자의 교통 편의를 위한 예산을 추가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드림 세종캠프에서 멘토링을 받는 청년 구직자들의 반응을 보면 청년들의 ‘생산직’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잘 나타난다. 진 씨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생산직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식이 좋다”고 전했다. 남양유업의 생산직은 야간근무, 긴 작업시간 등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그에 따른 보상도 뒤따른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 회사 생산직 평균 연봉은 6000만 원 선. 이 임금수준에 이르려면 생산직은 7년이 걸리지만 사무직은 그 갑절이 넘는 15년이 걸린다.
배 팀장은 “남양유업 생산직 직원의 15%는 전문대 이상 학력자”라며 “흘린 땀의 대가를 확실히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학력과 무관하게 현장의 일터를 선호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