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거래일 중 83일 ‘한 몸’처럼 움직여
○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동조화
삼성전자와 코스피의 ‘한 몸 현상’은 지난해 8월 이후 흐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100거래일 동안 83일을 삼성전자가 오르면 코스피도 그만큼 올랐고 떨어지면 그만큼 떨어졌다. 올해는 단 하루만 달랐다.
다른 나라도 대표종목과 지수의 움직임은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1에 가까운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홍콩 등 8개 대표 증시와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상관계수를 파악한 결과 3M 0.83(미국), 애플 0.75(미국), 폴크스바겐 0.76(독일) 등 대부분이 0.7∼0.8대에 머물렀고 도요타(일본)만 0.97로 삼성전자를 앞섰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도요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4.7% 수준으로 낮아 닛케이평균주가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작지만 삼성전자는 거의 20%나 돼 영향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 하락기엔 ‘꼬리’가 ‘몸통’ 흔들 수도
2010, 2011년만 해도 한국 증시에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주)’ ‘전차(전자 자동차) 군단’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대표종목이 분산됐다. 삼성전자는 ‘큰형님’이었지만 여러 ‘작은형님’을 거느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이처럼 크기 때문에 주가 상승기엔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하락기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중이 큰 회사가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산업군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대표 수출기업이라 외부 요인에 따라 실적변동성이 큰 것도 불안 요소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시장에서의 실적, 소송 등 대외 변수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할 때 코스피가 출렁였고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수출주보다는 서비스나 유통 등 내수 관련 업종을 키워 시장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