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모바일 거래액 1년새 2배 늘어 2800억… ‘스네이크 컨슈머’ 확산 한몫
건설업자인 김모 씨는 지난해 오픈마켓 11번가 중장비 전문숍에서 4000만 원대 미니 포클레인 1대를 샀다. 고가의 중장비였지만 직접 상점에 들러 물건을 확인하고 들여다볼 필요는 없었다. 김 씨는 컴퓨터로 오픈마켓 홈페이지에 접속해 상품을 확인하고 주문했다. 며칠 뒤 주문한 포클레인이 배송됐다.
김 씨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계에서 온라인 오픈마켓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이었던 대형마트가 지역 상권 보호 논리에 발목이 잡혀 논란의 중심에 오르는 사이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이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11번가는 15일 지난해 모바일 기기로 이뤄진 실제 거래액이 28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1년 모바일 거래액이 81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폭발적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 11번가는 지난해 전체 거래액이 처음으로 4조 원대를 기록했는데, 이 중 12월 한 달 모바일 거래액만 4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베이코리아도 G마켓과 옥션을 합병한 이후 시너지를 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 규모가 35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성장하며 39조8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대형마트를 맹추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픈마켓은 백화점을 제치고 2009년 유통업계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대형마트를 바짝 따라붙으며 성장세를 과시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오픈마켓을 신뢰하기 시작한 점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직접 눈으로 물건을 확인하고 사야 직성이 풀렸던 기존 소비자들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데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
오픈마켓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결제서비스 프로그램을 개선하며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모바일 카탈로그로 소비자들이 각종 상품 이미지를 고화질로 검색할 수 있게 만들어 쇼핑에 신뢰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취급 상품을 다양화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은 물론이고 명품까지 시중보다 싸게 거래되는 시장을 만들었다.
특히 오픈마켓은 값싼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서는 똑똑한 소비자인 ‘스네이크 컨슈머’를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30대 회사원 이진희 씨(34·여)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보고 구입한 상품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사는 물건들과 비교할 때 품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가격도 싸기 때문에 생필품도 오픈마켓으로 주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