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휘 기자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 21일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옛 노조인 금속노조 한진지회는 출퇴근 시위와 함께 부산역 광장에서 대시민 선전전에 돌입했다. 서울의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 앞과 한진중 서울사무소, 한남동 조남호 회장 자택 앞 등도 투쟁 장소로 활용했다. 5일에는 전국에서 버스 37대, 2500명이 참가하는 ‘다시 희망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종교계 추모행사와 부산집중집회도 잇따르고 있다.
보다 못한 한진중 노조는 14일 성명을 냈다. 지난해 1월 11일 출범한 이 노조는 한진중 전체 생산직 조합원 751명 가운데 73%인 547명이 가입한 교섭 대표 조직이다. 노조는 최 차장 사망 사건과 관련해 ‘외부단체 및 정치권의 개입으로 장례가 무기 연기되는 등 정치투쟁으로 변질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쟁점이 된 사측의 158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 문제를 올해 임·단협 교섭과 함께 노사협의로 매듭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한진지회의 동의를 전제로 양 노조와 사측이 노사협의로 손배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족과 금속노조 한진지회가 동의한다면 별도 분향소 운영, 장례위원회 공동 구성, 추모사업 추진에 관한 공동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 차장의 죽음은 불행하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노사 간 화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조선업계가 처한 현실을 감안해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노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고인의 죽음을 욕되게 하지 않는 길이 무엇인지 노사 모두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