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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스모그 중금속 농도 황사때보다 심해

입력 | 2013-01-16 03:00:00

■ 환경부-환경과학원 조사
친환경차-저감장치 보급 등 대기환경 개선조치 성과
“최근 기준치 2배 미세먼지 오염물질 강력 억제 안하면 대기오염 다시 심각해질 것”




두세 달에 한 번씩 남산을 찾는다는 김창준 씨(62·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서울 공기를 실감한다. 그는 “4, 5년 전만 해도 공기가 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먼 곳이 잘 보일 정도로 맑아졌다”라며 “남산에 오를 맛이 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공기가 오염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맑고 깨끗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2년 서울의 미세먼지(PM-10·입자의 크기가 10μm 이하인 먼지·1μg은 100만분의 1g) 평균 농도는 m³당 41μg으로 관측됐다.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2003년 69μg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산화질소(NO₂) 농도도 0.030ppm(100만분의 1)이어서 2003년 0.038ppm보다 좋아졌다.

○ 공기 깨끗해졌지만 내년 목표 달성은 미지수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지면서 서울의 가시거리도 크게 좋아졌다. 지난해 가시거리가 20km 이상인 날이 274일로 1995년 관측이 시작된 뒤 가장 많았다. 가시거리 20km는 남산에서 도봉산 수락산 등을 뚜렷이 볼 수 있는 조건이다.

인천 경기지역의 대기도 지난해 크게 개선됐다.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인천 48μg, 경기 49μg이었다. 2011년 각각 55μg, 56μg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 이산화질소 농도는 인천 0.027ppm, 경기 0.028ppm으로 개선됐다.

정부는 2003년 특별법을 만들고 2005년부터 1차 특별대책을 시행했다.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농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것이 목표였다.

이번에 나온 2012년 대기오염 현황을 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친환경차 보급,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등에 2조 원 이상의 예산을 썼고 1차 특별대책이 끝나는 2014년까지는 3조 원 이상을 쓸 예정이다.

하지만 목표 달성은 미지수다. 최종 개선 목표는 미세먼지 40μg, 이산화질소 0.022ppm. 현재로서는 서울에서 이산화질소, 인천 경기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주요 도시와의 격차도 여전하다. 영국 런던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0.024ppm, 일본 도쿄 0.020ppm, 프랑스 파리 0.016ppm(이상 2010년 기준)이다.

○ 한국도 ‘죽음의 스모그’ 안전지대 아니다

최근 사상 최악의 스모그(smog)가 중국을 덮치면서 국내에서도 스모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모그는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 매연 등 대기오염물질이 안개 등과 결합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12일부터 나흘간 국내외 스모그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50∼200μg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기환경기준 100μg을 크게 초과한 것이다. 납 셀레늄 등 중금속 농도도 황사 때보다 더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스모그가 북서풍을 타고 일부 유입되고 국내에서도 기온이 오르며 안개가 발생해 오염물질이 퍼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을 더욱 강력히 억제해야 공기 질이 더는 나빠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하대 임종한 교수(의학전문대학원 사회의학 전공)는 대기 개선 특별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2024년에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수도권에서만 2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와 전문가들도 현재의 미세먼지 관리 기준을 PM-2.5(입자의 크기가 2.5μm 이하인 먼지)로 강화하고 중국에서의 ‘월경 오염’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정책 연대를 제안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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