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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눔 릴레이]인천 환경미화원 신웅선 씨

입력 | 2013-01-16 03:00:00

“희귀병 고통, 월급20% 나눔으로 극복”




인천 남동구 소속 환경미화원과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는 신웅선(오른쪽), 안연숙 씨 부부. 신 씨는 10년째 박봉에서 20%를 떼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고 있다.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빚을 다 갚고 나면 이웃돕기성금을 월급의 20%에서 30%로 올릴 겁니다.” 14일 인천 남동구청 인근에서 만난 신웅선 씨(53)는 대뜸 자신의 결심부터 밝혔다. 그는 현재 매달 월급에서 20%를 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내고 있다.

“집 마련할 때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이 1억 원이거든요. 지금은 이자가 만만치 않게 나오는데 4, 5년 뒤에 빚을 모두 갚게 되면 이자 냈던 만큼 기부를 더 하려고요.”

그는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고액 연봉자가 아니다. 연봉 3000만 원이 안 되는 인천 남동구청의 환경미화원이다.

그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특히 요즘같이 추운 날씨가 전혀 반갑지 않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병 증세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그가 앓고 있는 병은 희귀병인 레이노이드 증후군. 손과 발이 추위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순환기 장애다.

그의 아내인 안연숙 씨(55)는 “남편이 요즘 새벽부터 거리 청소를 하기 위해 나갈 때 ‘뼈마디가 부서지는 것처럼 저리고, 손발이 엄청 시리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 씨의 이런 증상은 환경미화원을 시작한 11년 전부터 나타났다. 추위를 이겨내지 못해 손톱이 빠지고 손가락이 휘어지기까지 했다. 3년 후에야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희귀병이란 걸 알았다. 게다가 강직성 척수염 진단까지 받았다.

신 씨는 당시 너무 고통이 심해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93세였던 노모를 두고 도저히 세상을 떠날 순 없었다. 어렵게 자살의 유혹을 극복하자 세상이 달라보였다. 나만 위해 사는 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자신의 처지가 불쌍한 만큼 남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에서나 보던 기부생활을 실천하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졌어요. 처음엔 월급의 10%를 냈는데 금방 15%로 올렸고 7년 전부턴 20%로 늘렸어요. 기부는 하면 할수록 기쁨도 더 커지더라고요.”

그나마 지난해부턴 경제 사정이 좀 나아진 편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석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을 때마다 200만 원을 내야 했다. 지금은 자기부담금으로 10%인 20만 원만 내면 된다.

그의 기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7년 전부터 가정주부에서 주차관리원으로 변신한 아내 안 씨는 신 씨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들은 딸(28)과 아들(26)을 두고 있다. 직장인인 두 자녀는 “결혼 준비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엄마 아빠는 건강하게만 지냈으면 좋겠다”고 신신당부한다고 한다.

신 씨는 “소장수였던 아버님이 소를 팔아 남을 돕기도 하셨는데, 손자(신 씨의 아들)도 굶주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남몰래 돕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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