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고통, 월급20% 나눔으로 극복”
인천 남동구 소속 환경미화원과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는 신웅선(오른쪽), 안연숙 씨 부부. 신 씨는 10년째 박봉에서 20%를 떼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고 있다.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집 마련할 때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이 1억 원이거든요. 지금은 이자가 만만치 않게 나오는데 4, 5년 뒤에 빚을 모두 갚게 되면 이자 냈던 만큼 기부를 더 하려고요.”
그는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고액 연봉자가 아니다. 연봉 3000만 원이 안 되는 인천 남동구청의 환경미화원이다.
그의 아내인 안연숙 씨(55)는 “남편이 요즘 새벽부터 거리 청소를 하기 위해 나갈 때 ‘뼈마디가 부서지는 것처럼 저리고, 손발이 엄청 시리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 씨의 이런 증상은 환경미화원을 시작한 11년 전부터 나타났다. 추위를 이겨내지 못해 손톱이 빠지고 손가락이 휘어지기까지 했다. 3년 후에야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희귀병이란 걸 알았다. 게다가 강직성 척수염 진단까지 받았다.
신 씨는 당시 너무 고통이 심해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93세였던 노모를 두고 도저히 세상을 떠날 순 없었다. 어렵게 자살의 유혹을 극복하자 세상이 달라보였다. 나만 위해 사는 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자신의 처지가 불쌍한 만큼 남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에서나 보던 기부생활을 실천하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졌어요. 처음엔 월급의 10%를 냈는데 금방 15%로 올렸고 7년 전부턴 20%로 늘렸어요. 기부는 하면 할수록 기쁨도 더 커지더라고요.”
신 씨는 “소장수였던 아버님이 소를 팔아 남을 돕기도 하셨는데, 손자(신 씨의 아들)도 굶주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남몰래 돕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