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계문학전집 300권 세트 광고 내용. ‘반값 할인’에 사은품들을 준다고 돼 있다. 민음사 홈페이지
한 출판사 대표의 푸념이다. 민음사가 지난해 11월 30일과 12월 16일 두 차례 GS홈쇼핑을 통해 실행한 ‘반값 할인’이 발단이 됐다. 민음사는 당시 세계문학전집 300권을 정가(297만5500원)의 50.4%인 149만9000원에 내놨다. 여기에 예스24 e북 리더기 ‘크레마 단말기’(12만9000원)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전자책 베스트 20권(14만 원)까지 사은품으로 끼워 넣었다. 사은품을 감안하면 반값도 안 되는 파격 할인이다. 주문자들이 몰려 준비해두었던 600세트가 방송 종료 5∼10분 전 모두 팔렸다. 민음사는 이달 중 추가 방송 판매를 고려 중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출판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1998년 8월부터 세계문학전집을 내기 시작해 307권까지 펴낸 이 바닥 ‘강자’인 민음사의 물량 공세는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세계문학전집을 펴내는 한 출판사 국장은 “우리도 홈쇼핑과 방송 판매를 논의했지만 50% 할인, 사은품에 방송수수료까지 감안하니 순수한 책 제작비마저 나오기 힘들어서 접었다. 그 정도(민음사의 상품 구성)면 팔면 팔수록 손해 본다”고 말했다.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는 ‘끼워 팔기’ 규정이 없어서 민음사의 판매 형태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다만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위원장 윤철호)는 지난해 12월 “구간과 신간(발간 후 18개월 이내) 할인율을 별도 공지하라는 (센터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민음사에 구두로 시정을 요구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