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노믹스’ 경제부흥에 방점
박 대통령 당선인 측 관계자는 “미래부는 장기적인 먹거리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기능을 맡고, 경제부총리는 각종 정책이 당선인 의지대로 이행되도록 챙기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 경제부총리의 부활
이후 경제부총리는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끄는 사령탑 역할을 도맡았다. 첫 경제부총리인 장기영 전 부총리는 경제 발전의 바탕이 된 외자 도입을 주도했고, 최장수 부총리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한국 경제를 도약시켰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정책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김대중 정부 들어 부총리제가 폐지됐다가 2001년 교육부총리와 더불어 부활했다. 하지만 예산 기능이 기획예산처로 분리된 채 재정만 담당하다 보니 부총리의 위상은 예전만큼 크지 않았다.
5년 전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부총리 제도를 폐지했다. 경제 발전을 정부가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작은 정부’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국정 운영의 축인 경제 부흥을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 미래부, 박근혜 스타일
이상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조직을 구성할 때는 노동, 재정, 과학 등 기능에 따라 부를 배치하고 지원 기능을 처나 청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전통적인 조직 구조는 아니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을 만들고 국민 통합의 지향점을 만들겠다는 당선인의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발표한 조직도를 보면 미래부는 부처 서열에서도 재정부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박 당선인이 큰 비중을 뒀다는 뜻이다. 일부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기획원과 당선인의 미래부를 비교하기도 한다. 당선인이 언급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한 미래부를 연구개발 기능에 산학협력과 일자리 창출까지 담당하는 매머드급 부처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국정 운영 틀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기획재정부 명실상부 ‘컨트롤타워’
재정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된 데 이어 이번에 장관이 경제부총리로 격상되면서 규모와 권한이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컸던 김영삼 정부의 재정경제원과 비견할 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정부는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이 각 부처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을 강화해 정책 일관성을 꾀하고 공약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 부진, 성장 둔화에 대응해 경제 위기 극복을 힘 있는 부처가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재정부 장관이 각종 경제 정책 회의를 주재하는 등 실질적인 부총리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큰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도 국무총리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대통령의 별도 지시가 없으면 재정부 장관이 직무를 이어받게 된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총리로 격상될 경우 다른 부처와의 업무 조율이 더 원활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새롭게 추가된 권한은 없지만 공식적으로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맡은 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든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의 이름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박 당선인의 인식이 신자유주의적인 소극 개입에서 벗어나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장 교수의 주장과 맥이 통한다는 점에서다.
○ ICT 전담 부처 기대했던 방통위 당혹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진흥 기능이 미래부로 통합되고 규제 기능만 남게 됐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결합된 지 5년 만에 다시 조직이 쪼개지게 된 것. 방통위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위원장을 필두로 정책과 규제를 함께 담당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모습도 이제 옛일이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방통위는 당초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흩어진 정보통신기술(ICT) 기능을 모아 과거 정보통신부 같은 전담 부처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인수위에서 막판까지 ICT 부처 신설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흘러나오면서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대했던 대로 전담 부처가 생기지 않은 점은 아쉽다. 다만, 아직 미래부가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진흥 업무와 규제 업무가 분리되면서 “‘시어머니’가 둘이나 생기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한편으로는 신설 부서가 그동안 응용 서비스 분야에 치중했던 한국 ICT 산업을 기초과학 연구와 결합시켜 장기 경쟁력을 높여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장원재·유재동·김상훈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