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난 씨는 안전벨트, 제한속도 등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자신의 운전습관에 90점을 줬다. 김 씨는 앞으로 100점짜리 운전자가 되기 위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교통사고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22세 때 처음 운전면허를 따 올해로 20년 넘게 운전해왔지만 상당 기간 과속과 끼어들기 등 반칙운전을 일삼았다고 털어놨다. 도로에 차가 없으면 무섭게 속도를 올렸고 아슬아슬하게 끼어들거나 추월하면 묘한 승리감을 맛봤다고 했다. “내 반칙운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쾌했고 위협을 느꼈을지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워요. 양보하는 건 내 운전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어요.”
몇 번의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4년 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김 씨는 옆 차로에 서 있던 오토바이가 과속으로 달리던 택시에 들이받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정신을 잃고 공중에 떠버린 오토바이 운전자의 얼굴이 김 씨의 기억에 박혔다.
“너무 놀라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신호를 잘 지키며 가던 오토바이가 그렇게 사고를 당하는 걸 보고는 반칙운전 습관을 확 뜯어고쳤죠.”
지금은 매니저가 바쁜 일정에 쫓겨 속도를 높일라치면 “늦어도 좋으니 안전하게 가자”며 안전운전을 당부할 정도다. 김 씨는 100점 운전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도 고백했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가 있다고 했다. 스피커폰이나 이어폰을 이용해 통화해도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지만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확인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이제부턴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 이틀 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안 한다는 약속 잘 지키고 있죠?’라는 기자의 문자메시지에 김 씨는 ‘ㅎㅎ 네∼ 잘 지키고 있어요∼^^’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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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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