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중앙회로 날아온 中企사장들의 절절한 사연들
중소기업 대표들이 중소기업중앙회에 팩스로 보낸 ‘손톱 밑 가시’ 제보. 손글씨로 A4용지 한 장 가득 사연을 담아냈다. 위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글이고, 아래는 하도급 구조의 불합리함을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일 홈페이지(www.kbiz.or.kr)에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손톱 밑 가시를 찾습니다’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e메일과 팩스, 전화번호도 남겨놓고 제보를 기다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이 겪는 설움을 ‘손톱 밑 가시’라고 칭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였다.
15일까지 모두 220여 건의 사연을 접수했다. 그중 80%가량은 위와 같이 직접 손으로 써 팩스를 보낸 것이었다. 중기중앙회 측은 “영세 상공인들이 PC로 e메일을 보내는 데 서툴기 때문에 그동안 가슴속에 꾹꾹 담아뒀던 사연들을 보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본보가 건네받은 사연은 대부분 A4용지 한 장에 손글씨로 빼곡히 적은 것들이었다.
한 제보자는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로 “외국인을 배정받으려면 과거 아파트 분양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밤새 줄서기를 해야 한다”며 “제발 외국인 근로자라도 풍족하게 채용하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제보자는 반값 대학 등록금이 이슈가 된 것에 빗대 “중소기업에서 일하려는 청년 구직자가 없는데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등록금을 반으로 할 것이 아니라 대학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도급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기업이 (일감을) 100원에 수주해 중소 제조업체에는 50∼60원에 하도급을 주는 게 현실”이라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하늘과 땅 차이라서 삶의 비애까지 느끼며 살고 있다”라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은행 대출이자가 비싸다’ ‘법인으로 전환할 때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든다’ 등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들도 손글씨로 보낸 제보에 담겨 있었다.
박창규·정지영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