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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주부에서 ‘액티브 시니어’로 눈돌린다

입력 | 2013-01-17 03:00:00


지난해 12월 말 현대홈쇼핑 관계자들은 ‘스위스 밀리터리 방한부츠’ 방송을 마친 뒤 고객 연령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당초 상품을 기획할 때는 아웃도어 방한화의 특성상 외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은 30, 40대가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지만 50, 60대가 전체의 72%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장년층 선호에 힘입어 이 상품은 단일 방송에서만 9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대박을 냈고 두 달 만에 총 6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은퇴 후 삶을 즐기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국내 유통산업의 새로운 소비 파워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일과 여가, 봉사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시니어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 주부에서 시니어로 눈 돌리는 홈쇼핑

현대홈쇼핑은 20일 업계 최초로 ‘포낙 보청기’를 방송한다. 시중 가격이 120만∼250만 원에 이르는 프리미엄 보청기를 90만 원대에 판매한다. 보청기 같은 상품을 파는 건 홈쇼핑 업계에선 이례적인 시도다. 홈쇼핑은 한 프로그램에서 한 가지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으려고 한다. 특히 홈쇼핑 타깃 층인 30, 40대 주부의 관심도가 낮고 구매자가 노년층으로 한정되는 보청기 같은 것은 일종의 금기 상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불문율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홈쇼핑에서 성공한 방송의 공통점을 따져봤더니 시니어 세대에게 어필하는 상품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주로 비수기 휴가를 떠나는 직장인들이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던 휴양지 특집은 실제로는 장년층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방송한 ‘베트남 캄보디아 여행’처럼 비행시간이 짧고 유적지가 많은 여행지는 50, 60대 이상 고객이 83%를 차지했다. 목표 대비 130% 이상 매출을 올린 안마의자 렌털 서비스 등도 시니어 고객의 영향이 거셌다.

임현태 현대홈쇼핑 마케팅팀장은 “2000년대 초반 30, 40대였던 ‘홈쇼핑 1세대 고객’들이 이제 40, 50대 장년층이 된 데다 홈쇼핑 구매에 익숙한 60대 이상 고객도 계속 늘고 있다”며 “이들을 잡기 위한 새로운 상품과 편성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 유통업계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

액티브 시니어의 영향력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도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시니어 산업이 2020년까지 1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건강가전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대표 상품은 반신욕기, 안마기, 혈당계 등 액티브 시니어들의 주요 관심사인 ‘헬스 케어’ 관련 제품들이다. 전체 매출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32%나 된다. 머리를 풍성하게 보이게 도와줘 중년 여성에게 인기인 ‘볼륨샴푸’, 사용이 간편한 ‘거품염색약’도 히트상품이었다. 롯데마트는 건강가전 외에도 시니어들을 겨냥한 의료기기 등의 제품군을 강화할 예정이다.

생활용품 업체 유한킴벌리는 아예 액티브 시니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전문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말 요실금 때문에 외출을 꺼려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해 선보인 ‘디펜드 스타일 팬티’는 현재까지 5만 통의 문의전화가 쏟아지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보청기 방송에 이어 2월에는 ‘장수 흙침대’를 렌털 방식으로 선보이고 향후 건강보조식품이나 성인용 기저귀 등 홈쇼핑에서 팔기 어려웠던 시니어 상품의 판매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 액티브 시니어 (Active Senior) ::

은퇴 이후에도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도전하는 세대로 외모,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으며 여가 및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문화 활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실버세대’와 구분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