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 사는 열아홉 살 여학생입니다. 한 번도 꺼내본 적 없는 속마음을 익명을 빌려 털어놓고자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한 남자 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너희 아빠 무슨 일 하셔?”
그 친구의 대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불쌍하다.”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던 저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택시(기사)가 불쌍한 거야?”
엄마는 놀라면서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제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였나 봅니다. 아빠 직업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긴 것이. 매 학년 올라갈 때마다 부모님 직업조사 항목에 ‘택시기사’라고 쓰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자영업자라고 쓴 적도 많았습니다.
언젠가는 친구와 집에 오는데 아빠가 집에 막 도착해 차에 계셨습니다. (그때) 분명히 봤습니다. 아빠가 저를 쳐다보고 있던 것을…. 근데 제가 가까이 가자 저를 모르는 척하셨습니다. 제가 창피해할까 봐 그런 겁니다. 제가 먼저 “아빠” 하고 부르자 그제야 마치 미처 못 알아본 것처럼 (알은체를) 하셨습니다. 너무 죄송했습니다. 못난 딸이라서….
‘우리 아빠 직업은 절대 창피한 게 아니다. 20년 넘게 우리를 키워 온 대단한 직업이다.’
몇 번이고 되뇌어 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된다고 할 때 인터넷 뉴스를 봤습니다. 버스가 파업한다는 기사의 댓글이 모두 택시에 대한 욕뿐이었습니다. 택시가 파업했을 때는 ‘차도 안 막히고 너무 좋다’, ‘이렇게 영원히 파업했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가득했습니다.
눈물이 나고 속상했습니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자’는 택시법이 나온 주요 이유에는 택시의 공급 과잉 문제가 있습니다. 택시가 너무 많다 보니 택시 운전사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론은 차갑습니다. 택시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요. 택시 운전사 아버지를 둔 딸의 마음으로 고통받는 택시 운전사들의 한숨이 풀릴 방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채널A 영상] “잔돈 100원도 소중했다” 택시기사 체험 나선 기자
▶ [채널A 영상] 고교생 선호직업 ‘교사-공무원-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