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프로축구 2부리그 참가하는 부천 FC 곽경근 감독

프로축구 2부 리그에서의 돌풍을 꿈꾸고 있는 곽경근 부천 FC 감독. 기존 선수들을 대거 물갈이한 그는 3년 뒤 1부 리그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16일 제주 서귀포시 공천포 축구장. 세찬 바닷바람에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든 듯 부천FC 1995 곽경근 감독(41)은 표정을 찡그리며 읊조리듯 얘기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데리고 오고 싶었죠. 하지만 뛸 수 있는 놈들만 데리고 왔어요.”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부천 FC 선수들. 강한 바닷바람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키우고 있다. 부천 FC 제공
곽 감독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옛 프로축구 부천 SK의 간판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2004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212경기에서 36골 23도움을 기록했다. 고등학교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곽 감독은 2011년 11월 부천 FC의 감독 모집 공고를 보고 직접 구단을 찾아갔다. 부천 FC로서는 부천 출신 스타의 귀환이 반가웠지만 시민구단 형편에 곽 감독의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를 해줄 수 없었다. “돈을 보고 오지 않았다”고 말한 곽 감독은 “고향인 부천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2부 리그 구단으로서의 진용은 짜였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3년 뒤 1부 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3일 첫 훈련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암담했다. 곽 감독은 “처음 선수들과 만났을 때 호흡도 안 맞고 참 힘들었다. 보름 정도 지나고 나니 선수들도 잘 따라오고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부천 FC는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두었다. 하지만 곽 감독은 불만스러운 내색이다. “승패가 문제가 아니죠. 아직 제가 생각하는 경기 내용에 비추어 보면 50점도 안 됩니다. 더 해야 해요.”
곽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 곽 감독은 “올 시즌 목표는 ‘도전’이다. 우리는 이제 첫 걸음마를 뗀 팀이나 다름없다. 부천시민들이 ‘우리 팀’이라며 경기장을 찾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즐거운 상상을 하는 듯 보였다. 3년 뒤 1부 리그에서 선수들과 함께 강팀들을 상대로 즐거운 경기를 하는 모습을 말이다. 물론 부천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함께.
제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