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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음주운전 또 하면 사람이 아니므니다~”

입력 | 2013-01-17 03:00:00

‘갸루상’ 개그맨 박성호씨




“양보 받고도 인사 없이 그냥 가는 사람들, 화가 난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갸루상’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데 이어 신규 코너 ‘애니뭘’에서 앵그리버드로 변신한 개그맨 박성호 씨(39). 그에게 “화가 난다!”를 연발하게 만드는 한국의 교통문화는 어떤 것일까? 11일 서울 여의도 KBS 개그콘서트 회의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보가 너무 없어요. 다들 도로에서 양보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양보했을 때 상대방이 고맙다고 손을 들어주거나 깜빡이라도 한 번 켜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아무 반응이 없으면 ‘에이, 양보해주나 마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겠죠. 고마우면 고맙다고, 다른 운전자들과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돈 드는 것도 아닌데….”

1996년 운전면허를 딴 그는 사실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한다.

“운전을 하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잖아요. 주로 지하철을 타는데, 그동안 개그 아이디어를 생각하거나 그날 할 일을 정리해요.”

얼굴이 알려진 유명 개그맨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술집 같은 데서는 말 거는 분도 많은데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제가 개그맨이라는 걸 알면서도 의식하지 않는 분이 훨씬 많아요. 다들 일에 지쳐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어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지만, 어쨌든 제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는 불편한 게 전혀 없어요.”

박 씨에게 2000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목격한 반칙운전 교통사고는 악몽으로 남아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횡단보도 근처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서있을 때였다. 신호등이 바뀌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을 때 ‘끽’ 하는 소리와 함께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사람 3명을 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정말 순식간이었어요. 어, 어… 하는 사이 차가 후진하더니 중앙선을 넘어 도망치더라고요. 얼른 뛰어 쫓아가면서 차 번호판 숫자를 외운 뒤 경찰에 신고했죠. 부딪힌 분 중 한 명은 케이크를 들고 있던 아저씨였는데 어떻게 되셨을지…. 저도 그 횡단보도를 건넜으면 아마 이 자리에 없었겠죠.” 그는 사고를 낸 운전자가 급하게 도망친 걸로 봐선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했다.

박 씨 자신도 2010년 10월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경험이 있다.

“당시 새벽 6시쯤 청와대 근처에 있었는데 대리운전 기사가 너무 멀어 올 수 없다고 해 지하철역 근처까지 운전해 가던 도중 적발됐죠. 경위가 어떻든 분명 잘못한 일이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시 음주운전 하면 그야말로 사람이 아니므니다∼.”

그는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며 ‘공약’을 하나 내걸었다.

“새 정부 출범 후 2년 안에 교통사고 사망자가 30% 이상 줄어들면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 바퀴 돌면서 깜짝 이벤트를 펼칠게요. 대중교통 이용이 늘면 교통량이 줄고 사고도 그만큼 감소할 테니까요.”

이 약속이 이뤄지려면 2014년 말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754명 이하여야 한다. 과연 박 씨가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의 마지막 말이다. “교통문화가 엉터리면 선진국이 아니므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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