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말러-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의 공통점은

당연히 세 곡 모두 ‘교향곡 5번’이라는 겁니다. 하나가 더 있습니다.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서사적 상징에 가장 충실한 교향곡이라는 점입니다.
난청과 실연 등의 개인적 역경을 극복한 ‘음악의 성자’ 베토벤이 ‘불멸의 아홉’ 교향곡 중 한가운데 위치한 작품을 역경을 이겨낸 위대한 승리의 드라마로 엮어내자 후배 교향곡 작곡가들도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외도 있지만 시벨리우스, 쇼스타코비치 등 많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5번’을 영웅적 승리 드라마로 엮어내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이와 달리 차이콥스키는 실제 ‘운명’이라는 화두에 몰두한 작곡가였습니다. 자신의 5번 교향곡 시작 주제에 대해서도 ‘운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주제는 마지막 악장 끝부분에 승리의 행진곡으로 모습을 바꿉니다.
베토벤과 말러의 ‘5번’ 사이에도 역시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말러의 5번도 셋잇단음표로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말러가 이 교향곡에서 ‘운명’을 표현하려 했다는 가설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군대 막사 근처에서 자라난 말러는 초기 작품부터 셋잇단음표로 시작하는 트럼펫의 팡파르를 자주 삽입했습니다.
차이콥스키도 ‘이름난 셋잇단음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나 악장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끝을 맺을 때 사용한 셋잇단음표입니다. 5번 교향곡에서는 4악장, 6번 교향곡에서는 3악장 끝부분에 사용했고, 발레 ‘호두까기 인형’ 1막 끝부분에도 이 음형을 길게 늘여 사용했습니다. 작곡가로서 일종의 ‘지문’ 같은 것이랄까요.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