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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보는 앞에서 음란행위하면 ‘아동학대죄’ 적용

입력 | 2013-01-17 09:59:00


아동이 보는 앞에서 음란물을 보며 자위한 행위가 '성희롱에 의한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학교 주변이나 공공장소에서 18세 미만 청소년을 상대로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키는 일명 '바바리맨'에게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공연음란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아동학대' 조항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공연음란죄는 바바리맨에게 신상정보공개 명령이나 법무부 고지 의무도 부과할 수 없었기에 이번 판결은 유사 범죄자들에게 한층 강화된 처벌 조항인 셈이다.

17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아동에게 음란물과 자신의 자위행위를 보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되자 부당하다며 항소를 낸 박모 씨(47)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강원 양양에 사는 박 씨는 지난해 6월 22일 오후 2시 55분께 양양군 양양읍의 한 초등학교 부근 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에 설치된 DMB로 음란물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던 중 혼자 길을 지나던 A양(7)을 발견했다.

당시 차량 창문을 열고 A양에게 '나는 이 학교 성교육 선생'이라고 접근, 1000원을 주면서 음란물을 보도록 한 뒤 자위행위를 계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제추행죄가 적용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죄'라고 판단, 박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5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박 씨는 원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양에게 자신의 자위행위를 지켜보도록 했을 뿐 '아동에게 직접적인 폭력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추행죄를 적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등의 취지였다. 이에 검사는 항소심 과정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제추행이냐, 아동학대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가 '직접적인 폭력·협박 없다면 강제추행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례에 따라 원심을 파기하고 변경된 공소 사실인 아동복지법 위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죄 사실 및 증거 요지가 '위력으로 13세 미만의 아동을 추행했다'에서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성폭력 등의 학대행위를 했다'로 변경된 점을 양형에 감안했다"고 밝혔다.

또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일반도로에서 아동에게 음란물과 자신의 자위행위 모습을 보게 한 행위는 성희롱에 따른 학대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 때문에 공연음란죄보다는 법정형이 무거운 아동복지법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법정형은 공연음란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아동복지법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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