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보는 앞에서 음란물을 보며 자위한 행위가 '성희롱에 의한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학교 주변이나 공공장소에서 18세 미만 청소년을 상대로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키는 일명 '바바리맨'에게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공연음란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아동학대' 조항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공연음란죄는 바바리맨에게 신상정보공개 명령이나 법무부 고지 의무도 부과할 수 없었기에 이번 판결은 유사 범죄자들에게 한층 강화된 처벌 조항인 셈이다.
강원 양양에 사는 박 씨는 지난해 6월 22일 오후 2시 55분께 양양군 양양읍의 한 초등학교 부근 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에 설치된 DMB로 음란물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던 중 혼자 길을 지나던 A양(7)을 발견했다.
당시 차량 창문을 열고 A양에게 '나는 이 학교 성교육 선생'이라고 접근, 1000원을 주면서 음란물을 보도록 한 뒤 자위행위를 계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제추행죄가 적용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죄'라고 판단, 박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5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박 씨는 원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양에게 자신의 자위행위를 지켜보도록 했을 뿐 '아동에게 직접적인 폭력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추행죄를 적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등의 취지였다. 이에 검사는 항소심 과정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재판부는 "범죄 사실 및 증거 요지가 '위력으로 13세 미만의 아동을 추행했다'에서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성폭력 등의 학대행위를 했다'로 변경된 점을 양형에 감안했다"고 밝혔다.
또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일반도로에서 아동에게 음란물과 자신의 자위행위 모습을 보게 한 행위는 성희롱에 따른 학대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 때문에 공연음란죄보다는 법정형이 무거운 아동복지법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법정형은 공연음란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아동복지법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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