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公-佛기업 공동으로 대전에 원심모형시험기 설치
수자원공사가 대전 ‘K-water연구원’에 설치한 대형 ‘원심모형시험기’. 가로, 세로, 높이 각각 2m의 실험공간에 최대 150배의 인공중력을 만들 수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 150배 인공중력 지상에서 만든다
①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에 설치된 원심모형시험기. ②원심모형시험기가 회전을 시작해 지구중력과 같은 원심력(1G)이 발생하면 실험공간이 45도 기울어지고, 실험공간 속 중력의 방향도 45도로 기울어진다. ③원심력이 중력의 5배에 도달한 모습. 점점 옆으로 눕는다. ④원심력이 중력의 75배를 넘어서면 완전히 옆으로 눕는다. 실험공간 속의 중력 방향도 완전히 바깥쪽으로 바뀐다. NEED@UCD 제공
대전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산하 ‘K-water연구원’은 약 1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최대 150배의 인공중력을 만들 수 있는, 팔 길이 8m의 초대형 원심모형시험기를 개발·설치했다.
원심모형시험기의 성능은 보통 모형건축물 무게에 얼마나 큰 인공중력을 가할 수 있는가로 표시한다. 즉 무게 1t당 인공중력의 크기로 나타낸다. 이 같은 기준으로 볼 때 신형 원심모형시험기의 힘은 ‘800G·ton’이 된다. 원심모형시험기는 세계적으로 100여 대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KAIST, 강원대, 충북대, 대우건설연구소에 1대씩 총 4대가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 설치된 시험기는 규모가 작아 토목공사 사전실험을 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그나마 가장 규모가 큰 것이라고는 2007년 KAIST에 설치된 약 2t짜리 모형에 100배의 중력을 걸 수 있는 240G·ton 실험장치였다.
박동순 K-water연구원 기반시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설치된 시험기는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규모로, 댐이나 교량 건설 등 대규모 토목공사 전에 설계상 취약점을 미리 파악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 축소 폭파실험도 가능
원심모형시험기는 힘이 커질수록 실험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중력이 강해진 만큼 건축물이 무너져 내리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이다. 즉 100배의 인공중력 속에선 실제 댐이 무너진 후 100시간 동안 진행되는 과정을 1시간 만에 볼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런 실험을 위해 원심모형시험기 속에 지진모사장치, 고속카메라, 댐 붕괴 실험에 쓰는 물 공급장치 등 10여 종의 실험장치를 추가로 장착했다.
신동훈 K-water연구원 기반시설연구소장은 “수자원공사는 원심모형시험기를 이용해 새 댐의 구조 연구에 쓰는 한편 기존 댐의 취약점을 파악해 유지보수 계획 등을 세울 때도 사용할 계획”이라며 “국내 기업이나 대학 등 관련 연구기관도 이 시설을 쓸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