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에 살짝 데쳐 한입… 그맛 ‘진땅’
몰캉몰캉, 사각사각한 식감에 겨울철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새조개 계절이 돌아왔다. 각종 채소를 넣은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부샤부의 맛이 일품이다. 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새조개의 식감이다. 은근히 달콤한 맛,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함을 주는 새조개의 계절이 돌아왔다.
새조개는 황토갯벌이 많은 곳에서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잡힌다. 하지만 1월이 돼야 씨알이 굵어지고 맛도 최고다.
충남 홍성 일대에는 20여 년 전만 해도 새조개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20년쯤 됐나…. 서산AB지구 방조제 공사가 끝난 뒤 바닷가 갯벌에서 처음 보는 조개가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한 어민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어보았는데 그 맛이 ‘진땅’(특출한 물건)이었다는 거지.”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용태 씨(54)의 말이다. 새조개는 1980년대 초 서산AB방조제가 건설된 이후 인근 갯벌에 황토가 쌓이면서 다량 출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성과 서산, 경남 통영, 전남 여수 등지에서 주로 난다.
초기에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국내에선 새조개를 맛보기 힘들었다. 살짝 데친 새조개 살은 일본에서 초밥 재료로 인기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부터 국내 식도락가의 미식한담(美食閑談) 소재로 등장하면서 국내에도 대중화됐다.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도 재미있다. 껍데기 속 조갯살 모양이 마치 새(鳥)의 부리와 같다 해서 새조개라 불렀다는 게 정설. 잠수부가 바닷속에서 발견하면 발을 이용해 새처럼 도망간다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 샤부샤부가 최고
새조개는 1월부터 2월 말 사이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채소를 넣은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부샤부’ 방식이 최고다.
샤부샤부는 넓은 냄비에 대파, 무, 버섯, 다시마, 멸치를 넣고 끓인 국물에 새조개를 살짝 데쳐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다.
끓는 물에 6, 7초 정도만 담갔다가 꺼내 먹어야 몰캉몰캉한 육질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5, 6마리씩 무더기로 육수 안에 넣지 말고 한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은 채 담갔다가 꺼내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중간에 채소를 추가할 때 냄비의 육수 온도가 잠시 낮아지는데 이때 새조개를 넣으면 익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질겨진다. 급해도 육수가 다시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샤부샤부로 먹은 뒤 쌀뜨물처럼 뿌옇게 된 패즙(貝汁)에 라면이나 칼국수를 넣어 먹는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 가격은 비싼 편이다. 껍질째 파는 것도 있지만 산지나 수산시장에서 까놓은 것을 구입하는 게 덜 번거롭다. 씨알이 굵은 것은 1kg에 8∼10마리(껍질을 까지 않은 것), 작은 것은 14마리쯤 된다. 가격은 시장에서 kg당 2만5000∼3만 원 선. 산지 식당에서 상차림까지 포함하면 4만∼4만5000원 선이다. 4인 가족이 2kg이면 충분하다.
요즘 남당항은 주말만 되면 새조개를 맛보려는 인파로 붐빈다. 요리법이 간단하니 택배 등으로 구입해 집에서 요리하면 경제적이다.
홍성=이기진 기자 (한식양식중식 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