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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우뚝 서야 정치가 선다] 송영길 인천시장

입력 | 2013-01-18 03:00:00

“영남에 뿌린 씨, 싹트는 중… 국민에게 빵 줄수 있는 개혁을”




민주통합당의 대표적 486 정치인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송영길 인천시장. 그는 “야당이 됐다고 여당 시절 언행을 뒤집거나 알리바이용 개혁을 외친다면 국민의 버림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송영길 인천시장(50)은 민주통합당의 대표적인 486 정치인이다. 1984년 연세대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으로 군사정권에 맞섰고 노동인권 변호사로 일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2002년 대선 때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차량에 올라 전국을 누볐다. 17일 인천 계양구에서 2시간 동안 송 시장을 만나 그가 직접 보고 겪은 ‘김대중 정신’ ‘노무현 정신’ 등을 들어봤다. 》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정치인이었나.

“철학과 원칙이 있었다. 2002년 대선 직전 효순·미선 사건(미군 장갑차에 치여 두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 때 수많은 시민단체가 찾아와 촛불시위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의견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같은 정책에 반영하겠다. 정치인이 시위대와 같이 시위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이 사람, 대통령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재임 때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했다. 지지층의 반발이 심했지만 개방을 외면하면 우리는 영원히 변방이 된다고 설득했다. 시대정신에 충실한 정치인이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신’은 뭔가.

“지지자들이 반대한다 해도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는 것, 한마디로 실사구시(實事求是)다.”

―민주당은 늘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는데….

“한명숙 정동영 천정배 등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앞장서서 한미 FTA 재협상이니, 폐기니 하는데 코미디다. 황당무계한 수준이다.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하던 유시민은 농민단체를 찾아가 한미 FTA를 막지 못한 데 대해 고해성사를 했다.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도 스탠스가 애매했다. 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아는 안희정 이광재가 문 전 후보 측의 핵심 역할을 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분들은 왜 말과 행동을 바꾼 걸까.

“철학과 정치관의 문제라고 본다. 국민들은 야당 됐다고 여당 때의 일을 부정하는 걸 가장 황당해하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민주당의 강령에도 ‘한미 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의 전면 재검토’라는 점이 명문화돼 있지 않나.

“이상한 세력이 정통 민주당 세력을 몰아냈다.”

―당 강령에는 ‘99%의 국민을 위한 정당’ ‘대기업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란 문장도 들어있는데….

“99%라…. 아주 불쾌한 표현이다. 왜 국민을 분리하나. 1%? 국민들에게 1%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국회의원이라고 할 거다. 대기업 없이 국가경제가 돌아갈 수 있나? 사장이 종업원들을 먹여 살리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가능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체성과 노선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강령, 체질…. 정말, 모든 걸 다 바꿔야 한다.”

―민주당의 대선 패인(敗因), 무엇이라 보나.

“야권 단일화가 진행 중일 때 문 전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2002년 대선 때 직접 지켜본 노 전 대통령과 정몽준 의원과의 단일화 때 일들을 들려줬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만을 위해 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을 던져 단일화를 성사시켰고 단일화 뒤엔 유세를 구걸하지 않았다, 상대가 끊임없이 지분을 요구했지만 끝까지 거절했다, 나는 유세 때 차량을 함께 타고 수행한 사람이다, 내가 직접 지켜봤다는 등의 얘기였다. 안철수에게 의존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잘…(수용되지 않았다). 시대마다 시대정신이란 게 있다. 2010년대를 사는 국민에게 자꾸 1970년대의 일(박정희 시대의 독재)을 주입하려고 했으니 싸움이 됐겠나.”

―요즘 민주당에서는 DJ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DJ는 평생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놓지 않았다. 독재가 사라지자 민생에 착근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DJ와 닮은 점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출 주도가 당시 시대정신이라고 봤다. 독재를 했지만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독재와 민주란 이분법적 구도로 가서는 안 된다.”

―대선 패배 이후 당내에선 중도 강화론이 나온다.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전술적 차원이 아니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극단이 아니라면 모두 함께 가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화이부동(和而不同·다른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면서도 자기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음)’의 중요성을 알았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자꾸 당 밖에 기대는데….

“자괴감을 느낀다. 왜 선거 때마다 교수, 작가, 시민단체가 대장 노릇을 하나. 왜 국회의원 127명이 들러리를 서나. 민주당은 127석이란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이다. 스스로 127석의 거대 정당이란 권위를 부정하지 않는 것, 여기서부터 혁신이 시작된다.”

―민주당은 미국대사관에 가서 한미 FTA 발효 정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한다거나 촛불시위에 나가는 등 장외(場外)로 달려 나가는 걸 좋아한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때 손학규 당시 대표가 ‘희망버스’를 타야 하는지를 묻더라. 나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왜 국회의원들이 시민단체 속에 서나. 계엄령이 발동돼 국회가 해산된 상황인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때도 함께 시위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은 시위대가 아니지 않나. 국회의원이라면 검역을 강화하는 법안 마련에 주력해야지.”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선후보를 평가한다면….

“정치인은, 아니 국민은 대한민국의 헌법 체계하에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남북화해, 남북협력은 북한식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문 전 후보도 이해가 안 된다. 왜 대선후보 TV토론 때 ‘남쪽 정부’ 운운하는 걸 제지하지 못했나. 왜 이정희에게 끌려 다니고, 왜 이정희에게 캐스팅보트 역할을 만들어주나.”

―고향이 전남 고흥이다. 박근혜 당선인 측에선 호남 출신을 국무총리에 기용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호남 출신을 총리에 기용한다고 국민통합이 되나? (호남 출신인) 김황식 총리가 국민통합에 무슨 역할을 했나? 진정한 통합을 하려 한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 당에서는 김영춘 김부겸(전 의원),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최고위원) 같은 사람을 국회에 보내야지.”

―인천시장이 아닌 민주당 국회의원이라면 박 당선인의 어떤 점을 지적하겠나.

“가령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을 결사반대했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은 거의 무상이다. 4대 중증 질환(암 뇌혈관 심혈관 희귀질환) 무상진료 문제만 해도 이걸 현실화한다면 나라살림이 거덜 난다. 이런 걸 지적해야지. 박 당선인은 대선 전이나 후나 목표 성장률을 제시한 적이 없다. 청년 일자리 대책 차원에서라도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성장률 1%P를 올리면 7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성장률 4%면 28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반값등록금도 중요하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은 시급하다. 야당은 이런 걸 따지고 물고 늘어져야 한다. 최근 인천시의 한 구에서 환경미화원 채용 공고를 냈는데 지원자의 80%가 대졸자였다. 마대를 메고 뛰는 것으로 체력검사를 했다. 눈물이 나지 않나.”

―민주당은 왜 이런 정책적 지적을 하지 못하나.

“모두 공부를 해야 한다. 성장률이 1% 높아질 때마다 세수가 8조 원씩 늘어난다. 정치는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 게임이 아니다. 잃은 게 있으면 얻으려 노력해야 한다. 열심히, 부단히… 면피용 개혁, 알리바이용 개혁을 외쳐서는 절대 안 된다. 정치는 실질적인 빵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쥐여주는 것이다. 이게 시민단체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정치는 어렵고 고단한 것이 아니겠나.”

―문 전 후보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한다고 보나.

“이제 다시 시작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문재인의 가치와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화라는 좋은 토양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같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문 전 후보가 아니었다면 민주당은 대선후보도 못 내는 불행한 사태를 맞았을 것이다. 부산 경남에 소중한 씨앗이 뿌려져 싹이 트고 있다. 김정길(전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전 부산진갑 총선 후보)에 이어 문재인이 더해져 1991년 3당 합당 이후 동면하던 부산 경남의 민주화 세력을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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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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