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준위원장 예정 없던 회견… 與에 경고 메시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선 공약을 모두 지키는 것은 무리’라는 언론과 여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대선 공약을 ‘지키지 마라, 폐기하라’라든지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려워진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기간 국민께 내놓은 공약들은 실현 가능성과 재원 마련 가능성 등에 대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진정성을 갖고 하나하나 정성껏 마련한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대선 공약을 모두 지키는 것은 무리”라며 잇달아 ‘공약 출구 전략론’을 제기한 데 대한 인수위의 첫 공식 반응이다.
이어 ‘새누리당에 대한 (경고) 메시지냐’라는 질문에 “굳이 확대 해석을 할 필요는 없지만 부인하지도 않겠다”라고 말했다. 공약의 이행 여부를 두고 여당까지 나서서 새 정부를 흠집 내지 말라는 얘기다.
윤 대변인은 ‘사전에 박근혜 당선인과 조율이 됐느냐’라는 질문에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날 ‘경고’는 사실상 박 당선인의 의중이라는 게 인수위 안팎의 해석이다.
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지난해 총선 때 공약한 52개 법안 중 51개를 지켰다는 점을 대선기간 내내 강조할 만큼 공약 실현을 중시하는데 정권 출범도 하기 전에 공약을 수정, 폐기하라고 하니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당선인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정부 출범 이후 검토 과정에서 공약을 일부 수정하거나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공약을 후순위로 미루는 조정은 가능하지만,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도 전에 공약의 수정, 폐기부터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선거 때 공약과 당선 후 정책이 따로 가는 건 국민에게 사기를 친 것과 다름없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게 아니라 공약은 최대한 지킨다는 전제하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수정보완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공약 수정론에 불을 지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공약 수정론을 주장했던 정몽준 의원 측 관계자는 “공약을 폐기하자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하려다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에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수위는 ‘공약폐기위원회’가 아니라 박 당선인의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인수위의 존재 의미를 강조한 지당한 말씀”이라고 했다.
▶ [채널A 영상] 인수위 “국민과의 약속 반드시 지킨다”
이재명·동정민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