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적정한 치마 길이란 존재할까? 있다면 그건 누가 판단하는 걸까?
한 여대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1장이 큰 논란을 불러왔다.
캐나다 밴쿠버의 캐필라노 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트를 전공하는 로제아 레이크(18)는 최근 자신의 텀블러(일종의 마이크로 블로그)에 '판단(Judgements)'이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게시물을 올렸다. 뒤돌아 선 채 한손으로 검은색 미니스커트 왼쪽을 살짝 들어 올린 여성의 하체를 촬영한 사진이다.
여성의 치마 끝이 닿는 위치에 따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레이크 양이 적당한 치마 길이라고 지목한 곳은 무릎 뒤쪽 접히는 곳 바로 아래. 그 위쪽으로 갈수록 부정적인 표현이 강해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즉 치마 길이가 길수록 얌전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이 사진은 게시 2주 만에 27만여 개의 댓글이 달리고 수많은 SNS로 퍼지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반응은 다양하다.
한 네티즌은 페이스북에 "발목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네요. 치마 끝이 발목까지 오면 우아하거나 품위 있는 건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불행하게도 이 사진은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말과 업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듯 누군가를 판단할 때 겉모습이 아닌 그 사람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싶다"고 적었다.
레이크 양은 이 사진을 고등학교에 다니던 17세 때 과제로 만들었으며 사진 속 인물은 친구라고 밝혔다.
제작 의도와 관련해서는 '헤픈 여자와 노출을 전혀 하지 않은 여자에 대한 내 편견을 검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나 몸에 두르는 가리개)을 착용한 여자는 모두 억압받고 있고, 옷차림이 단정치 못한 것은 수치이고 경멸해도 된다고 단정적으로 생각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욱 개방적으로 사고하고 싶다"는 말로 이 사진을 다시 SNS에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