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번째 방북한 獨음악가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체험기
독일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왼쪽)가 평양음악무용대학 강당에서 북한 음대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평양 크레센도’ 화면 캡처
지난해 11월 그가 북한을 다시 찾았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들려왔다. 2000년대 초반 북한에 4년간 체류했던 그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의 북한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독일 뮌헨에 체류하고 있는 그와의 화상 인터뷰는 17일 이뤄졌다.
―최근 방북 소감부터 말해 달라.
―다큐멘터리 ‘평양 크레센도’에 등장한 북한 음대생들과도 재회했나.
“그렇다. 당시 지도했던 남학생 5명이 나를 찾아왔더라. 감시원 없이 이들과 반갑게 만났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또 과거와 달리 시내를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여러 나라 음악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그중 북한 음악인들만의 특징은….
“내가 만난 중국이나 일본 지휘자들의 경우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완벽히 제압하려 한다. 그러나 북한 음악가들에게는 일종의 순수함 같은 것이 남아 있다, 결코 그런 위압적 모습을 보지 못했다. 겉이 경직돼 있고 억압돼 있을수록 내면에는 순수함이, 소통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북한 음악인들에게 20세기 모던 뮤직은 미지의 세계와 같다. 다양한 레퍼토리에 대한 갈증을 항상 느끼고 있다. 말러, 루토스와프스키 등의 악보를 가져가면 북한 음대생들은 밤을 새워가며 하나하나 손으로 악보를 베낀다. 그들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환경이 열악해 안타까운 점이 많다.”
1996년 콘드라신 지휘 콩쿠르 우승 이후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리브라이히는 2011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의 첫 외국인 예술감독으로 활동해온 지한파이기도 하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빈곤한 북한에 식량이 아닌 음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생필품 아닐까요? 삶이 어려울수록 음악은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