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 부톤대의 한국어 강사인 인도네시아인 와완 씨가 한국어 수업이 재개된 첫날인 2일 학생들에게 강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종학당재단 제공
2일 인도네시아 부톤 섬의 바우바우 시에 있는 무함마디아 부톤대 강의실. 바우바우 시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 족이 사는 곳. 한국어 강사인 인도네시아인 와완 씨(23)가 강단에 서자 학생 28명이 환호했다. 지난해 8월 숱한 논란을 낳으며 중단됐던 찌아찌아 족의 한글 교육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본보 2012년 10월 9일자 A31면 참조… 태평양 섬나라엔 “가나다라…” 소리 들리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종학당재단은 18일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와완 씨가 2일부터 찌아찌아 족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부족어 표기 수단으로서의 한글 교육보다는 외국어 개념의 한국어 교육으로 전환했다. 현재 부톤대 강의실에서는 매주 5일간 한국어 강좌 3개가 열린다.
찌아찌아 족을 위한 한글 강좌는 2009년 국내 한글 관련 민간 단체들이 시작했다. 이들 단체는 그해 7월 “찌아찌아 족이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사용한다”라고 발표했고, 이는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모범 사례로 국내에 알려졌다. 정부는 인도네시아에 공식적인 한글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1년 9월 부톤대에 세종학당을 설립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동 부담으로 교육을 맡아 온 경북대가 지난해 8월 재정적 부담과 바우바우 시와의 갈등을 이유로 세종학당 운영을 중단했고, 현지 유일의 한국인 교사인 정덕영 씨(52)도 귀국했다. 이 과정에서 ‘찌아찌아 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라는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는 공용어 및 고유문자가 없는 지방어를 모두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다. 찌아찌아 족은 한글 보급 단체의 권유에 따라 한글을 또 다른 표기문자로 사용한 것뿐이었다.
재단에 따르면 중단됐던 한글 교육이 다시 시작된 것은 현지인들의 수업 재개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월에는 배재대가 부톤대의 세종학당 운영을 맡아 한국인 교사를 파견할 계획이다. 아울러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인 술라웨시 섬의 하사누딘대에 세종학당이 생긴다. 재단 송향근 이사장은 “바우바우 시가 외진 지역이라 학당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 술라웨시 섬에 세종학당을 설립해 교육을 보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이 한글 교육을 통해 문화 침략을 하려는 것’이라는 현지의 악화된 여론을 감안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다. 문화부 김혜선 국어정책과장은 “한글을 부족들의 표기어로 보급하는 것과 한국어를 외국어로 가르치는 것은 개념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