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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개근 4총사 “그래, 우린 4가지 없다”

입력 | 2013-01-19 03:00:00


“전세기로 이동하는데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 가방과 장비도 다음 경기가 열리는 곳까지 안전하게 보내준다. 고급 호텔 못지않은 시설의 라커룸에는 뷔페가 차려져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모든 게 상상을 초월한다. 야구 선수로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9년 2회 대회에 참가했던 LG 이진영(33)의 회상처럼 WBC는 야구 선수라면 한 번은 경험하고픈 대회다. 지난 두 대회에 출전했던 이진영은 3월에 열리는 제3회 대회 대표로도 뽑혔다. 한국 대표팀에서 WBC에 세 대회 연속 출전하는 선수는 이진영을 포함해 단 4명. 거포 1루수 김태균(31·한화)과 ‘끝판대장’ 오승환(31·삼성), 잠수함 투수 정대현(35·롯데)이다. WBC에 개근하는 이들에겐 특별한 게 있다.

○ 너무나 낯선 오승환과 정대현

셋업맨 정대현-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지키는 뒷문은 타자들에게는 악몽 같은 조합이다. 하나도 뚫기 힘든데 두 개의 방패가 버티고 있으니 ‘언터처블’이 따로 없다. 구위가 좋은 데다 특이한 투구 폼까지 갖춰 이들을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오른손 강속구 투수인 오승환은 디딤발인 왼발을 내디딜 때 짧게 땅을 스치듯 하다가 다시 한 번 내뻗는다. 이른바 합법적인 이중 키킹이다. 이 때문에 타자들은 타이밍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정대현은 밑에서 위로 공을 던지는 정통파 언더핸드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투구 폼이다. 정대현은 대학생이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잠수함 스타일로 10년 넘게 국제대회를 누비고 있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한국 선수들도 둘의 공에는 손도 못 대지 않나. 이들을 상대해 본 적이 없는 외국인 선수들은 더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부상이다. 오승환은 2006년 1회 대회 때 4경기에 등판해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하지만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2회 대회 일본과의 2라운드 1, 2위 결정전에서는 연속 안타를 맞으며 패전 투수가 됐다.

○ 공격의 김태균, 수비의 이진영

2009년 제2회 WBC는 김태균을 위한 대회였다. 1회 대회에서 이승엽(삼성) 등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태균은 2회 대회 때는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아 타율 0.345에 3홈런, 1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때의 활약을 발판 삼아 김태균은 시즌 후 일본 프로야구 롯데에 진출했다.

이진영은 전체적인 팀 기여도를 인정받아 세 대회 연속 발탁됐다. 김 위원장은 “1회 대회 일본전에서 보여준 다이빙 캐치와 송구 능력 등 수비의 안정감에서 그만한 우익수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또 왼손 타자지만 오른손, 왼손 투수를 가리지 않고 한 방을 쳐낼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은 1회 대회 때 여러 차례 호수비로 ‘국민 우익수’란 별명을 얻었고, 2회 대회 대만전에서는 만루 홈런을 쳤다.

대표팀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삼성)도 세 대회 연속 개근이다. 1, 2회 대회 때 코치로 각각 4강과 준우승에 기여했던 류 감독은 3회 대회에서는 사령탑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