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로버트 프로스트 시·수잔 제퍼스 그림·이상희 옮김/40쪽·1만 원·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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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말은 영문도 모르고 멈춰선 발걸음에 당황해 고개를 턴다. 목에 달린 방울 소리가 적막을 깨고 숲 속에 울린다. 말방울 소리 말고는 스쳐가는 바람 소리, 폴폴 날리며 쌓이는 눈송이 소리뿐이다.
“숲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어둡고 깊지만/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잠자리에 누우려면 한참 더 가야 하네/ 한참을 더 가야 한다네.”
‘가지 않은 길’이란 시로 유명한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에게 삶이란 쉼 없이 계속 살아가겠다는 약속이다. 여백을 잘 살린 글 배치에 섬세한 묘사가 더해져 소유하지 않아도 충만한 감동을 안겨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욕심 없는 삶의 고요한 기쁨을 가르쳐준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