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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걸음을 멈추니, 욕심도 멈추네

입력 | 2013-01-19 03:00:00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시·수잔 제퍼스 그림·이상희 옮김/40쪽·1만 원·살림




살림 제공

어스레한 저녁. 나이 든 농부가 어린 말이 끄는 마차를 몰고 길을 가고 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숲가를 지나다 문득 멈춰 선다. 이 숲의 소유주는 마을에 있는 집에 머물고 있다. 농부는 깊어가는 숲의 고요함에 기대 잠시 이곳에서 쉬었다 가려는 모양이다.

어린 말은 영문도 모르고 멈춰선 발걸음에 당황해 고개를 턴다. 목에 달린 방울 소리가 적막을 깨고 숲 속에 울린다. 말방울 소리 말고는 스쳐가는 바람 소리, 폴폴 날리며 쌓이는 눈송이 소리뿐이다.

“숲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어둡고 깊지만/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잠자리에 누우려면 한참 더 가야 하네/ 한참을 더 가야 한다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을 즐기며 마냥 머물고 싶을 법도 하다. 하지만 농부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곳을 벗어나면 곧장 거센 눈보라가 몰아칠 테지만 농부는 다시 길을 떠난다.

‘가지 않은 길’이란 시로 유명한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에게 삶이란 쉼 없이 계속 살아가겠다는 약속이다. 여백을 잘 살린 글 배치에 섬세한 묘사가 더해져 소유하지 않아도 충만한 감동을 안겨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욕심 없는 삶의 고요한 기쁨을 가르쳐준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