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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구들과 방, 부엌이 한몸된 한옥… 대칭을 버리고 비대칭을 택하다

입력 | 2013-01-19 03:00:00

◇한옥과 함께하는 세상여행/이상현 지음/213쪽·1만100원·채륜서




건물의 좌우 대칭이 완벽하지 않아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한옥. 낮은 담장, 이웃과 맞닿아 있는 마당에서는 소통을 중시하는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채륜서 제공


한옥은 대칭을 거부하는 건축물이다. 하나의 건물에서조차 앞뒤 또는 좌우 높이가 다른 경우가 많다. 건물의 주위를 빙 돌아서 관찰하면 보는 각도에 따라서 지붕이나 벽의 모습이 균일하지 않다. 왜 한옥은 대칭을 버리고 비대칭을 선택했을까. 이 의문에서 출발한 저자는 한옥 속에 담긴 우리 문화를 해석해 나간다.

한옥이 대칭건물이 아닌 이유는 우선 자연에서 얻은 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짓기 때문이다. 빛을 보고 휘어지며 자란 나무의 줄기를 그대로 쓰고,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돌도 자연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활용한다. 또 거듭 채우고 비워나가며 점차 대칭이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중국 역사서에는 ‘고구려인은 음식은 늘 절약하지만, 집 짓고 고치는 일에는 열심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한옥연구가인 저자는 한옥의 구들에서 또 다른 이유를 찾는다. 열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방 옆에 부엌을 붙이다 보니 좌우 대칭이 꼭 들어맞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구들 문화 덕분에 한옥은 건물 밖에 마당을 두게 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나무로 불을 피우는 서양은 연기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천장 가운데 구멍을 뚫었다. 이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집 가운데 커다란 마당이 생겼고,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인 중정으로 발달했다. 하지만 한옥은 연기가 나지 않는 구들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중정 대신 집 밖에 큰 마당을 두게 된 것. 이곳은 노동공간이자 생활공간으로 활용됐으며, 마당이 맞닿아 있는 이웃과도 트고 지내는 개방적인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마당처럼 타인과 어우러지는 문화는 한옥의 낮은 담장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요즘 지은 한옥의 담은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만큼 높다. 하지만 전통 한옥의 담장은 보통 사람의 어깨 높이를 넘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전통적인 한옥은 담장이 낮아야 외부인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웃과 늘 얼굴을 맞대고 지낼 수 있어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가면 이웃이 곧장 알아챌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옥은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로 나뉜다. 남녀와 상하 구분이 명확해 서양보다 남녀와 계층 간 접촉이 뜸했다. 궁궐에서도 정1품에서 종9품까지 벼슬의 높낮이에 따라 품계석을 만들어 격을 따져가며 행사를 치렀다. 옆집과 맞닿아 있는 마당이 보여주는 열린 문화와 달리 폐쇄적인 계층 문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