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독신 女대통령 관저는
지난해 12월 초 어느 주말 오후.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 관저에서 손녀들과 숟가락을 들고 부인 김윤옥 여사가 만드는 닭볶음탕을 기다리고 있었다. 갖은 야채를 넣은 닭볶음탕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그릇을 싹 비웠다. 주말이면 테니스를 친 뒤 김 여사가 해주는 음식을 먹는 게 관저 생활의 작은 낙이라고 한다. 이전엔 측근들과 관저에서 종종 만찬도 했지만 요즘엔 뜸하다.
대통령 가족이 임기 5년 동안 지내는 관저는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주변엔 별 시설물도 없다. 그만큼 대통령의 휴식을 강조한 공간이다. 관저 현판이 ‘청안당(靑安堂·청와대에서 편안한 곳)’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시에 관저는 대통령이 퇴근 후 다소 긴장을 푼 상태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야간 집무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기 말에는 지지율 하락과 측근들의 이탈로 홀로 현안을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박근혜 당선인에게 “네가 없었으면 난 살 수 없었을 거야”라며 외로움을 토로했다는 일화도 있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어느 날 밤 관저에 올라갔는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니까 귀곡산장이 따로 없더라”고 했다.
그만큼 관저는 고도의 보좌를 요구하는 공간이다. 박 당선인이 독신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미국 백악관처럼 집무공간과 생활공간을 한 건물에 둘 수는 없더라도 관저를 완전히 동떨어지게 두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청와대 관저에는 살림을 돕는 직원 2명만 상주하는데 관저 직원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관저 일정을 늘리자는 제안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저에 중소형 규모의 리셉션을 진행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관저에서 만찬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