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로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정현욱은 최근 팀에 합류해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정현욱은 10년간 못 이룬 LG의 4강 진출을 위해 팀 전체가 강한 믿음으로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인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정현욱.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밖에서 볼 때보다 선수들 4강 부담감 너무 커
여론 개의치 않고 서로 믿고 뭉쳐야 좋은 성적
잊을 수 없는 2가지는 ‘WBC출전과 LG 이적’
새 둥지 LG가 우승하면 내 인생의 최고겠죠?
LG 정현욱(35)에게 2013년은 아주 특별하다. 그는 잘 뻗은 아스팔트 길 대신 비포장도로를 선택했다. 우승팀 삼성에 남을 수도 있었지만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LG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LG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한 정현욱에게 팀을 옮긴 사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보내준 팬들 중 정현욱의 친필 사인볼을 받을 주인공은 @joey_friends, @Chunghee_Roh, @onstorymine 등 3명이다.
-현실적인 질문인데요. 집은 구하셨나요?(@joey_friends)
-팀 옮기고서 제일 좋아진 점과 제일 불편해진 점이 있다면?(@sookicool)
“좋은 점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장이 더 크고, 넓은 곳에 와서 좋은 것 같아요. 분위기 전환도 되고, 긴장도 되고, 의욕도 생기고 그런 점은 좋은데, 불편한 점은 모든 게 너무 비싸고 차가 너무 막힌다는 점이이에요.”
-LG로 옮긴 뒤 가장 의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s2yonas2)
“아무래도 첫 번째는 삼성에서 같이 온 선수들. 같은 팀에 10년 이상 같이 있었던 선수들이라 의지가 됩니다. 두 번째는 (이)상열이가 동기에요. 동기니까 의지도 되고 (이)병규 형은 주장이기도 하고 믿고 따라야 할 선수라고 생각해요.”
-LG와 삼성의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삼성에서는 묵묵한 선배의 카리스마로 이끌었다고 생각됩니다. LG에서는 어떤 스타일로 후배들을 이끌 계획이신지?(@Remember_Rain)
-‘우규민 나오냐’는 멘트로 LG팬 사이에서 유명하신데 우규민 선수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boh_k)
“왜 그 말이 나왔는지 잘 압니다. 경기 후 (최)형우한테 ‘웃음이 나오냐’라고 말했던 게 LG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되나 보네요. LG에서는 내가 신인입장이잖아요. 규민아, 잘 봐줘.”
-야구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순간 2가지 정도를 꼽는다면?(@Arabprince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과 LG 이적. LG가 우승하면 인생에서 또 하나의 꼽을 수 있는 장면이 될 것 같네요. 인생의 절반을 대구에서 살았는데 낯선 곳에 온 자체만으로도 크게 느껴지네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LG는 달라요. 이 친구들 4강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정말 강해요. 너무 강해서 부담 갖는 것 같아요. 팬도 많고 시장도 크니 관심이 많겠죠.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맞죠? 그런 말들에도 부담을 가져야 하니까. 그래서 여유가 없어지는 거죠. 그런 시선을 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믿어야죠. 팀마다 리듬이 있기 마련인데 여론에 휩쓸리면 안 돼요. 믿음을 갖자고 말하고 싶네요.”
-등번호 19번을 계속 쓰시게 되셨는데 19번을 특별히 계속 쓰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okskjs)
“애착이 있는 번호에요. 꽉 찬 것도 아니고 모자란 것도 아닌 느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요. 난 뭔가 좀 욕심이 있는 것 같으면서 없는 것 같은 성격인데 그런 부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삼성과 경기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지요.(@onstorymine)
“웃을 것 같아요. 청백전 하는 느낌이 들 것 기도 하고. 삼성 선수들에게 협박할 거예요. 제가 던지는 볼 치는 선수는 다음에 만나면 공으로 맞히겠다고.”
-LG로 옮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눈에 밟혔던 후배가 있었다면 누구인가요?(@heartierH)
“다 밟혔죠. 삼성과 결렬된 직후에 (권)오준이, (오)승환이, (윤)성환이, (안)지만이 등등 몇몇 후배들과 어떻게 자리를 함께 하게 됐어요. 소주 한 잔을 했는데 다들 겉으로는 잘 했다고 하는데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어요.”
-LG로 옮기기로 결정한 후 들은 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인가요?(@cdyshy)
“응원해주는 말이 많았었요. ‘LG가 4강에 들도록 기도하겠다’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 말들이 많은 힘이 됐죠.”
-대기만성의 대명사격이신데 힘든 시간을 이겨낸 원동력이 무엇입니까.(@News_KT)
“후배들에게 ‘상상하라’라고 말해요. 정말 간절하게…. 힘들었을 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익근무 할 때 운동도 할 수 없었는데 상상을 계속했어요.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돌이켜보면 나를 바꿔놓은 좋은 계기가 됐죠. 뭐가 문제일까. 내가 왜 틀리게 가는가. 그 전과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를 줄곧 생각했어요.”
-정현욱에게 야구란? 어릴 적 롤 모델은?(@mam_jae)
“야구는 결국 내 직업이에요. 무조건 잘해야 하는 대상이죠. 잘해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해야 하는 것은 야구와 가족이네요. 어렸을 때 김상엽 선배를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도 가끔 연락해요. 그러고 보니 김상엽 선배처럼 삼성에서 LG로 오게 됐네요.”
-올해 정현욱선수 LG에서 첫 시즌인데요. 목표는?(@flyheechul)
“목표는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설정하진 않았어요. 우선은 LG로 올 때 가졌던 생각이나 마음가짐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고요. 최근 몇 년간 잘 해오다가 작년에 살짝 삐걱거렸는데 올해가 고비에요. 올해 좋은 성적을 올려야 내년을 기대할 수 있거든요. 야구를 잘해야 해요.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아니 LG에서 4년 계약한 기간 동안 변하지 않고 싶어요.”
-30년 뒤 나의 모습?
“살아 있을지나 모르겠네요. 있다면 손자보고 그러지 않을까. 그런 정도에요. 거동이나 제대로 하겠습니까. 생각해보니 연금을 많이 내고 있는데 받으려면 오래 살아야겠네요. 그 동안은 오로지 야구만 생각해왔기 때문에 선수생활을 마치고 나서의 계획은 전혀 생각해본 적인 없네요.”
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