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 정부의 감사발표 ‘약발’ 안먹히나
철도 유지보수 비용과 관련해 코레일이 정부 예산 2226억 원을 횡령했다는 국토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 코레일 측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최근 감사 결과에 반발하는 측은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과 관련해 감사기관들이 정권교체를 앞두고 ‘정치적 동기’로 과도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 ‘2226억 원 횡령’ 엇갈리는 주장
국토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일반철도 유지보수 비용. 고속철도(KTX)를 제외한 나머지 철도의 유지보수 비용은 코레일이 70%를 부담하고 나머지 30%를 정부가 예산에서 지원한다. 국토부 감사관실은 별도로 국고에서 지급받은 돈을 코레일이 여러 차례 자체 계좌로 이체해 사용했고, 이 중 상당액을 ‘철도 유지보수’와 관계없이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당국자는 “코레일이 정부에서 지급받은 8112억 원 중 입출금이 계속된 과정에서 국고 계좌로 다시 돌아온 것은 5886억 원뿐”이라며 “개인이 착복한 건 아니라 해도 나머지 2226억 원을 다른 용도로 쓴 것은 횡령”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자체 자금으로 지불해야 할 수탁공사 준공대금 15억 원, 동대구 역사 상수도요금 1억5200만 원 등 35억 원을 국고를 지원받은 계좌에서 빼내 사용한 것도 횡령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한 푼의 국고도 횡령한 적이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코레일 측은 “사업비의 30%를 국가가 지급하는 구조에서 전표 하나하나를 3 대 7로 구분해 인출하기는 힘들다”며 “통상 철도 유지보수를 위한 인건비는 코레일 계좌에서, 관련 사업비는 국고 계좌에서 먼저 쓰고 나중에 비중을 맞춘 것으로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을 횡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검찰로 가는 국토부-코레일 갈등
이후 국토부와 코레일은 주무 부처와 산하기관 관계로는 드물게 철도 경쟁체제 도입, 철도 관제권 회수, 철도 역사 국유화 등의 안건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결국 상급기관과 산하기관의 갈등이 이번에는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통상적인 자금 이체를 ‘2226억 원 횡령’으로 감사한 것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 전에 최대한 코레일 흠집 내기에 나서겠다는 의미”라며 “어떻게 봐도 횡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직원이 횡령하지 않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공금을 유용할 경우 횡령이 맞다는 법률 자문까지 끝냈다”며 “수사를 통해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