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행각 벌이다 스마트폰에 찰칵… 경찰 선후배가 카톡으로 얼굴 확인
15일 오후 4시경 전남 장흥경찰서 장흥읍내 파출소. 운전자 신모 씨(24)는 “30분 전 김모 씨(38)가 장흥읍내 사거리에서 내 승용차 백미러에 손목을 일부러 부딪친 뒤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반면 김 씨는 “신 씨가 교통사고를 낸 뒤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 순간 노모 씨(24)가 파출소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실랑이를 벌이던 김 씨는 노 씨를 보고 당황했다. 김 씨는 불과 1시간 전 장흥읍내 사거리에서 같은 피해를 주장하며 노 씨에게 현금 1만 원을 받았다. 노 씨는 행여 김 씨가 뺑소니사고로 신고할 것을 걱정해 파출소를 찾은 것. 불과 1시간 사이에 같은 곳에서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김 씨가 엉터리 피해자라는 것이 의심 가는 상황.
사건을 조사하던 파출소 박모 경사(42)는 함께 근무하는 정모 경위(50)가 얼마 전 했던 얘기가 퍼뜩 머리를 스쳤다. “이달 3일 전남 나주에서 누군가 내 승용차 백미러에 부딪친 뒤 돈을 요구해 보험처리를 했는데 사기꾼인 것 같아 피해자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뒀다”는 얘기였다. 박 경사는 카카오톡으로 정 경위에게 그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 속 얼굴은 김 씨였다.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