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주행, 20분 휴식’ 기본기… 34년 무사고 운전자의 프로의식
24년째 LG트윈스 선수단 1호 버스를 운행해온 강영훈 씨(60). 10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운동장 야구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1호 버스 운전석에서 “프로라는 정신으로 운전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강 씨는 올해 운전경력 34년의 베테랑이다. 야구경력으로 치면 이종범 한화 코치와 동급이다. 강 씨가 주로 운행하는 곳은 경기장과 선수들이 묵을 호텔이다. 전국을 다니다 보니 매년 3월에서 10월 야구시즌에는 거의 매일 고속도로에 나간다. 버스엔 과속 방지를 위한 최고속도 제한장치가 달려 있다. 도로에서 가장 꼴불견인 차량을 물었다. 강 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5인승 선수차량은 일반 고속버스보다도 크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강 씨는 “외제차나 택시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불쑥 끼어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건 야간운전이다. 야구경기가 연장전까지 가면 밤 12시가 넘는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씻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차를 타면 어느새 오전 2, 3시다. 광주 등지에서 방문경기라도 치른 날이면 서울까지 약 3시간 반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보통 운전자라면 눈이 스르르 감긴다. 강 씨는 “자양강장제나 커피 힘으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며 “스케줄을 계산해서 오전에 최대한 수면을 취한다”고 말했다.
중간 휴식도 필수다. 강 씨는 2시간 운전 뒤엔 반드시 휴게소를 들러 10∼20분 쉰다. 선수들도 “쉬지 말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법이 없다. 화장실에 들러 볼일도 보고 선수들과 수다도 떨면서 쌓인 피로를 푼다. 컨디션이 회복됐다 싶으면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1993년 강 씨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추월차로에서 사고가 난 운전자가 버젓이 사고차량 앞에 서 있었던 것. 삼각대도 세워 놓지 않았다. 시속 100km가량으로 달리던 강 씨는 핸들을 돌려 가까스로 참사를 피했다. 강 씨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좌우를 살피고 갓길이나 안전한 곳으로 차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노련한 투수와 타자도 경기 때마다 긴장하듯 운전 베테랑 강 씨도 운전석에선 긴장을 풀지 않는다. ‘34년 무사고 운전’의 비결이다. 강 씨를 믿기 때문에 선수들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강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프로선수들 안전을 책임지는 나도 프로답게 운전하려고 노력한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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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택 기자 nabi@donga.com